[건강한 가족] “국내 개발 폐암 치료제 효과 임상서 확인, 좌절 말고 치료 나서길”
인터뷰 홍민희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교수
폐암은 부동의 암 사망률 1위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다행인 건 치료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지난해엔 국산 폐암 표적치료제가 개발·출시돼 1년 넘게 진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폐암은 병명은 익숙해도 여전히 오해가 많은 질병이다. 11월 ‘폐암 인식 증진의 달’을 맞아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에게 폐암의 위험 요인과 최신 치료 경향을 들었다.
폐암은 왜 이렇게 치명적인가.
A : 폐암은 여전히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 중 하나다. 진단 당시 병기가 굉장히 높아 4기 환자 비율이 45% 수준이다.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1~2기 환자는 전체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술을 받더라도 다른 암보다 재발률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위암·유방암의 경우 1기일 때 수술하면 완치율이 95~99% 수준으로 나온다. 그러나 폐암은 완치율이 대략 1기 80%, 2기 50~60% 선이다. 3기의 경우 수술을 받더라도 4분의 3 정도가 재발한다고 알려진다. 4기에서도 대장암의 경우 약제를 써서 치료하면 평균 수명이 2년 이상이다. 하지만 폐암은 이보다 더 약이 안 듣는 암종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기 위해 각각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Q :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뭔가.
A :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이나 석면, 흡연 등이 폐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소다. 최근엔 비흡연자에게서 폐암 발생이 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대기 오염과 일상 속 라돈과 같은 성분들, 음식을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Q : 우리나라 폐암 환자의 특징이 있나.
A : 폐암이라도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현재 치료 약제가 있는 유전자는 9개다. 이 중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대만·동남아시아 등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이라는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비소세포폐암에서 서양인의 경우 15% 정도라면 동양인은 40~60%를 차지한다. 특히나 비흡연자 폐암 환자에서 EGFR 돌연변이가 많이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Q : 폐암은 전이되는 사례도 많은데.
A : 특히 중요한 부분이 뇌 전이다. 위암·유방암·대장암 등 다른 암은 걸렸다고 해서 머리 검사를 특별히 하지 않는다. 두통·구토처럼 뇌 전이 증상이 의심될 때만 뇌에 대한 영상 검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폐암은 다르다. 진단 당시부터 뇌 전이가 있을 확률이 20~30%다. 진단할 때 뇌 촬영을 하는 것이 표준적인 진단법이 됐다.
Q : EGFR 변이 양성 환자에겐 어떤 치료 전략을 쓰나.
A : EGFR 돌연변이를 정밀 타격하는 표적치료제가 있다. 1·2세대 치료제를 쓰다 내성이 생기면 3세대 약을 투약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개발한 폐암 신약이 개발·출시돼 사용 중이다. 렉라자라고 하는 3세대 EGFR 억제제다. 기존의 EGFR 억제제와 비교했을 때 EGFR에 좀 더 선택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이 덜 한 데다 T790M이라고 하는 내성 변이까지 잡을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또 뇌· 혈관 장벽(BBB·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까지 퍼진 암세포의 성장·증식도 억제한다. 부작용이 적고 좀 더 강력하며 뇌 투과율이 높다는 의미다. 국내에선 현재까지 1·2세대 EGFR 억제제를 사용하고 난 후 내성이 생겼을 때 이 약제를 쓰는 것이 표준화됐다.
Q : 치료 성적은 어떤가.
A : 렉라자를 2차 치료제로 투여받은 환자 중 T790M 변이 양성이 확인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반응률이 60~70%다. 약을 쓴 10명 중 6~7명은 암이 꽤 많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다. 약을 썼을 때 병이 진행하지 않는 기간은 1년 정도였으며 10명 중 9명에서 병이 진행되지 않았다. 뇌 전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봤을 땐 85% 정도가 뇌 전이가 많이 줄어드는 반응을 보였고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은 26개월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개발된 치료제가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만든 기존의 약과 거의 동등한 효과를 내고 이런 인상적인 유효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Q : 임상시험을 많이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A :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선 담당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이를 충원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인식이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임상시험 참여를 망설이는 환자도 여전히 있다. 요즘엔 약을 사람에게 썼을 때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 예측하는 기술이 좀 더 정밀해졌다. 또 모든 임상시험이 한 번도 안 써본 약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다른 암종에서 쓰던 약을 폐암 환자에게 쓰거나 4기일 때만 쓰는 약을 2~3기 환자에게도 써보는 식이다. 특히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효과가 예상되는 신약을 미리 써 볼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Q : 환자들에게 해줄 조언은.
A : 암 진단을 받으면 대다수가 극도로 불안해하고 좌절을 겪는다. 폐암은 사망률 1위의 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치료제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 의지를 갖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치료의 기회를 임상시험을 통해 얻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점 역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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