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전장치 없는 치킨게임에 빠지고 있다

정일영 2022. 11. 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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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나서야

[정일영 기자]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지난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 또한 심상치 않다. 이전에 없었던 북한의 무력도발과 한미연합의 물러섬 없는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 물러서지 않는 양측의 대결 속에 한반도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필자는 몇 가지 이유로 지금의 한반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북한의 무력도발은 협상용이 아니다

과거 북한의 무력도발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이란 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거나 다자협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때, 무력도발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며 협상을 주도하려 했다. 우리가 북한의 협상 전술을 말할 때 사용하는 '벼랑 끝 전술'이다.

그러나 북한은 더 이상 협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회동을 통해 대화를 지속하는 듯 보였으나 그것이 마지막 대화였다. 북한은 이제 어떠한 북미, 남북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의 대화 거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 했다. 그러나 이제 핵을 통해 체제 안전을 스스로 보장하겠다는 생존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북한의 무력도발은 소형화된 핵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둘째, 더 이상의 실효적인 대북 제재는 없다

북한이 2016년 이후 세 차례의 핵 실험을 단행하면서 국제사회는 UN안보리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단행했다. 여기에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북한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한 것과 같은 제재상황을 가능케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제재에 적극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고했던 제재동맹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미중전략경쟁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협력을 어렵게 만들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의 대러제재로 이어졌다.

올해 있은 북한의 세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UN안보리에 회부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속에 추가적인 대북제재로 이어지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책임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하더라도 UN안보리에서 어떠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북한은 현재와 같은 대북제재 조치가 시작된 2017년 12월(UN결의안 2397호) 이후 '자력갱생'으로 5년을 견뎌내며 제재를 통한 굴복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한국과 미국도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다
 
▲ 이륙하는 F-16 한미 군용기 240여 대가 참가하는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시작된 10월 31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F-16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이 험악한 분위기를 전환할 출구도, 중재자도 보이지 않는다. 북미 간 군사대결이 격화될 때 대화를 모색했던 한국 정부조차 강대강의 군사 조치로 맞서고 있다. 한국도, 미국도, 북한의 도발에 더 강한 군사력으로 정면대응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1월 3일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맞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단행했고 이에 대응해 한미동맹은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연장하고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2대를 훈련에 투입하는 등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언급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과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다자 논의를 주도해 왔던 중국 또한 상황을 주시할 뿐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으며,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은 어떤 식으로건 북핵 문제가 미중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평화의 메신저, 중재자가 필요하다

필자가 글을 쓰며 지금처럼 대안을 찾기 어려운 적도 없었다. 한반도는 정전체제 아래 있다. 이 정전체제는 불완전하다. 특히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터져나왔던 약한 고리들, 서해와 휴전선에서 언제든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천만의 서울시민이 그 휴전선으로부터 60km 거리에 살고 있다.

출구를 염두에 두지 않는 남과 북의 대치는 치킨게임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가져올지 모른다. 현재의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시민사회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국가의 영향력을 확대됐고 시민사회는 위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안보 문제에서 배타적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를 민주주의의 힘으로 진정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대북 특사 파견은 최소한의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해온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과거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갈등을 중재할 해외 인사의 방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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