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가을이 아쉽다면... 이곳으로 단풍구경을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이상헌 기자]
한강이 유유히 흘러가는 경기도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는 강물의 범람으로 이루어진 평야지대라 예로부터 서민들의 주거밀집 지역이었다. 강서구의 약 1/3을 차지하는 김포공항은 일제강점기 때 비행장으로 처음 들어섰고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는 국제공항으로 발전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남은 2/3의 땅은 북서쪽의 개화산과 남동편의 봉제산 일대가 양분하여 강서구의 녹지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우장산과 봉제산 산책 코스 김포공항 옆의 개화산과 더불어 강서구의 녹지공간 역할을 한다. |
ⓒ 이상헌 |
산책의 시작은 5호선 우장산역 2번 출구다. 2번 출구에서 나와 좌회전해 10분 쯤 걸으면 우장산이 나온다. 남향에 있는 봉우리는 우장산이요, 북쪽에 서 있는 봉은 검덕산이다. 두 산봉우리를 합쳐서 우장산이라 부른다.
▲ 봉제산 은행나무 산책길. 봉제산 둘레길의 한 자락, 한국폴리텍대학 앞의 은행나무 터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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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빙빙 돌아가면서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에는 봄이면 살구꽃과 왕벚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어내고 여름이면 플라타너스(버즘나무) 숲이 동네 주민을 반긴다.
자그마한 동네 뒷산이지만 버즘나무를 비롯한 오래된 나무가 제법 많아서 울창한 숲에 들어온 느낌을 받게 된다. 공해에 강하며 식재도 자유로운 버즘나무는 가로수로 많이 심으며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수종이다.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는 우장산
▲ 우장산 둘레길의 가을. 둘레길을 따라 가을빛이 물들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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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올라 강서구민회관쪽으로 방향을 틀면 동네 주민들이 활을 쏘는 공항정이 나온다. 약 150미터에 달하는 활터에는 늘상 시민들이 모여 활잡이를 자처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세운 '조각의 거리'에는 석조 작품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들여다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서 아치형 생태다리를 따라 검덕산 봉우리로 갈 수 있다. 이곳 한 켠에 쇠락해가는 새마을지도자탑이 서 있다.
▲ 저무는 가을이 아쉽다면 봉제산, 우장산 단풍 구경 가세요 ⓒ 이상헌 |
민족문제연구소의 기사를 보면,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군사독재의 선전도구로 활용된 측면이 많다. '당신의 아침을 깨운 그 노래, 이런 비밀 있었다'라는 제목하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대대적인 새마을운동 전개에는 경제적 동기보다 지지기반이 취약했던 정권이 상대적으로 통제가 용이했던 농촌사회를 조직하고자 했던 정치적 동기가 더 작용했다. 일제의 '농촌진흥운동'이나 '농촌중견인물양성'이 실제로는 전통향촌사회를 재편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듯이, 새마을운동 또한 1인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선전과 체제동원의 매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걷기 좋은 생태공원으로 꾸며져
▲ 봉제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 가을빛이 물들어가고 있으며 11월 중순까지 볼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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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에서 세운 표석이 1997년 날짜를 가리키고 있는데 공원이 조성될 때는 흰돌이 많이 난다고 해 백석(白石)공원으로 불리웠다. 다소 생경한 명칭이라 봉제산으로 바뀌었고 근처의 백석초중학교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자분자분 걷다보면 몇 군데 조망점을 지나 정상으로 오른다.
▲ 봉제산 법성사의 가을. 저멀리 북한산 능선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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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 근처에 법성사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 나온다. 200여 년 전 벽암스님이 작은 토굴을 짓고 수행하던 곳에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4채의 전각이 있는 작은 규모의 절이지만 돌부처가 바라보는 방향을 보면 주택가 너머로 북한산 능선이 병풍처럼 서 있어 나름 괜찮은 조망장소다. 강서다목적체육관 방면으로 걷다가 화곡8동으로 내려오면 5호선 까치산역이 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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