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찍은 가족사진, 그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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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 가족사진 모처럼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 가족 사진을 찍었다.우리집 반려견도 함께 담았다 |
ⓒ 김종섭 |
오랜만에 가족사진을 찍었다. 자식이 '폭풍 성장'한 이후 함께 가족사진을 찍을 기회가 쉽지 않았다. 기회가 있어도 자식들은 한결 같이 사진 찍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도 예전과는 달리 사진을 찍기 위한 간단한 절차마저 번거로울 수 있는 세대 변화의 탈바꿈은 아니었을까,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모처럼 큰아들이 휴가차 캐나다에서 귀국했다. 출국을 하루 앞둔 전날 아내의 권유로 식구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주 오랜만에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내는 자식들이 출가하기 전에 가족사진을 남겨 놓고 싶어 했다. 사진 속에는 예전과는 달리 가족이 하나 더 늘어나 있었다. 생후 24개월 된, Gogi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집 반려견이 그 주인공이다.
자식들은 성장하여 각자 바쁜 일정을 소화해 가고 있었지만, 품 안에 자식이 아니었다. 흔히 자식에게 서운함을 가질 때 "품 안에 자식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자식이라는 서운한 감정이 전개되기 이전에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쯤으로 영혼 없이 흘려버렸었다. 오늘 아내는 가족사진이라는 작은 바람의 소원을 이룬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자식이 어렸던 시절에는 일상의 성장과정 모습을 자연스럽게 사진에 담아 두었다. 성장하고 난 후 추억이 담긴 사진첩을 선물로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식이 어렸을 때엔 사진을 찍는 매순간 카메라를 의식하고 다양한 포즈를 능숙하게 연출해 줬다. 그때는 자식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사진 찍는 맛이 났었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이 뛰어노는 모습이라도 찍으려면 마치 파파라치라도 된 느낌으로 그 모습을 담아낸다.
가벼운 여행길 가족이 함께 동행할 때에도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기보다는 셀카로 각자의 흔적을 남겼다. 과거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심중했었다. 카메라와 필름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찍은 사진 필름을 현상소에 갖다 주고 현상될 사진을 며칠 동안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땐 사진이 완성될 때까지 설렘이라는 여유의 시간과 배려가 존재하고 있었다. 어떠한 상황이든 빨리라는 성급함은 없었다. 사진을 수정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일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사진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본래 외면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일종의 '청정지역'이었다.
비단 사진뿐은 아니었다. 활자화된 종이 신문부터 시작하여 책까지도 정성이 모여져 빠르지는 않지만 새로운 뉴스가 만들어졌고, 시대의 정보와 흐름을 급하지 않게 읽어갔다. 지금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이라는 공간에서 손쉽게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는 가치의 기능과는 확연히 달랐다. 현대는 디지털 문화 혁명으로 인해 부족한 것 없이 빠르게 소통돼 가고 있다. 옛것에 대한 소중하고 값진 것들이 세대의 변화에 밀려나고 사라져 가고 있는 현상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여행 중에 볼거리 우선이 아니었다. 관광지에서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기에 바빴다. 흔히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진실을 믿었다. 신혼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광의 느낌보다는 사진 찍기에 어울리는 관광지 풍경을 찾기에 바빴던 시절이 있었다. 일순간 찰칵 소리와 함께 정지된 모습이 자연스러울 수는 없지만, 빛바랜 사진이 우리네 추억을 값지게 소환해 주었다.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에 대한 사소한 추억까지도 밀려온다. 언제 다시 가족사진을 찍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또 다른 가족이 생겨나 가족사진 속에 풍요한 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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