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제로 코로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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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중국 베이징시의 한인 밀집지 왕징에서 의료물자 배송 기사 2명이 곳곳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돌았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완화 기대감으로 중화권 증시가 급등한 4일 이후, 베이징의 방역 긴장감은 오히려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베이징에서 30년을 거주한 한국인 A씨는 잠시 한국에 다녀온 뒤로 톈진을 통해 입경하려 했으나 젠캉바오에 탄촹이 떠 한 달여를 기다리다 한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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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11월 4일. 중국 베이징시의 한인 밀집지 왕징에서 의료물자 배송 기사 2명이 곳곳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돌았다. 그 바람에 동선이 겹친 일부의 '젠캉바오(핵산 검사 결과를 증명할 수 있는 건강앱)'가 '탄촹(팝업)'으로 비활성화됐다. 젠캉바오에 접속해 음성 결과를 보여줘야만 아파트 입구, 상점, 식당 등 출입이 가능한 베이징에서 탄촹은 곧 자가격리를 의미한다.
11월 5일. 이른 아침, 아이 학교 담임교사로부터 돌아오는 월요일 학교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우선 '하루'만 이같이 수업을 한다고 전달됐지만 '방역 당국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사족이 붙었다. 원격 수업은 지역 교육위원회의 결정이라고 한다.
11월 6일. 사흘에 한 번꼴로 받아야 했던 핵산 검사를 매일 받으라는 지역 방역위원회의 통보가 내려왔다. 6~8일 동안만이라지만 이 역시 언제 어떻게 연장될지 알 수 없다. 전날까지도 아이들이 뛰어놀던 아파트 내 공원에는 간이 핵산 검사소가 세워졌고, 외부 검사소에는 평소의 몇 배 되는 대기 줄이 늘어섰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완화 기대감으로 중화권 증시가 급등한 4일 이후, 베이징의 방역 긴장감은 오히려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지난달 27일 한 자릿수(9명)까지 떨어졌던 베이징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5일 기준 49명까지 늘었고, 중국 전역을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1337명에서 4420명으로 뛰었다.
'확진자 제로'라는 목표에서 멀어지자 중국의 방역은 이성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세 살배기 어린이가 방역 문제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고,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의 근로자들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고향집을 향해 무작정 뛰쳐나와 도로를 걸었다. 특정 지역에서는 아사자(餓死者)가 나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위챗과 웨이보에서는 지역사회와 격리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몸싸움을 하거나 말다툼을 벌이는 영상이 하루에도 수없이 공유된다.
내국인도 감당하기 힘든 고강도 방역 지침은 외국인에겐 더욱 큰 고통일 터. 베이징에서 30년을 거주한 한국인 A씨는 잠시 한국에 다녀온 뒤로 톈진을 통해 입경하려 했으나 젠캉바오에 탄촹이 떠 한 달여를 기다리다 한국으로 돌아갔다. 톈진에서 베이징으로 통학을 하던 또 다른 한국인 B씨도 탄촹이 풀리지 않아 두 달이 넘게 학교에 가지 못했다. B씨는 "거주지역에 7일 이상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때가 있었지만 여전히 발을 묶어뒀고, 12345(민원 제보 핫라인)에 여러 차례 투서를 했지만 '기각' 통보만 기계처럼 반복해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무런 논리도, 설명도 없는 베이징의 '요새화'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에 줄곧 순응하던 중국인들마저도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분노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다.
반면 역설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폐막한 뒤부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달 31일부터 하루걸러 베트남, 파키스탄, 탄자니아 정상을 만났고 이달 4일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도 회동했다. 파키스탄 총리 접견을 제외하고는 각종 기념 촬영에서 마스크도 끼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G20 회의를 앞두고 우방 관계를 다지며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대외 개방과 협력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안으로는 인민들의 속이 곪아가고 있는데,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제로코로나는 여전히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업데이트: 11월 7일. 하루 1회 핵산검사는 8일까지에서 10일까지로 연장됐다는 통보가 왔다. 또한 당초 하루였던 학교 원격수업은 '방역당국의 재등교일 지정일까지'로 전환한다는 조양구 교육위원회의 결정이 있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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