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활주로까지 막은 기후활동가들…과격해지는 기후시위 왜?
활주로에 앉아 비행기 이륙을 막고, 유명 화가의 작품에 이물질을 뿌리는 등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가 점차 과격해지면서 유럽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국경 경찰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는 것을 막은 기후 활동가 수백 명을 체포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 활동가 100여 명은 이날 개인 제트기가 있는 활주로에 침입한 뒤에 제트기 바퀴 앞에 앉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공항에서도 멸종 반란 등 수백 명의 기후 활동가들이 ‘항공 제한’, ‘열차 증편’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그린피스는 “스히폴 공항이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이산화탄소 배출원”이라며 “비행기 운항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네덜란드 지부의 캠페인 리더인 데비 즐로흐는 “우리는 더 적은 항공편과 더 많은 기차, 그리고 불필요한 단거리 비행과 개인 제트기의 금지를 원한다”고 말했다.
고흐 그림에 수프 뿌려…고야 작품도 봉변
이들은 이후 자신들의 손을 벽에 접착제로 고정하고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화석 연료 사용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이런 문제들은 매 순간 뉴스 채널과 정치적 어젠다의 전면에 다뤄져야 하지만, 대신 오늘 아침과 같이 스캔들로만 다뤄진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은 유리 액자 덕분에 그림이 훼손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인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도 기후 활동가들의 표적이 됐다. 멸종 반란 소속의 두 활동가는 5일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나란히 전시된 고야의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 액자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였다. 작품 사이의 벽에는 ‘+1.5℃’라는 문구를 썼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채택한 1.5도 억제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점점 과격해지는 기후 시위, 왜?
주요 국가 정상들을 포함해 198개 당사국이 참석하는 이번 총회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각국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과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 홍수와 가뭄 등 기후 재난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전 세계를 휩쓴 만큼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문제가 핵심 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점점 과격해지는 시위 방식이 오히려 유럽 내에서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사이클을 타던 44세 여성이 레미콘 트럭에 깔렸는데 기후 활동가들이 벌인 시위 행렬 때문에 앰뷸런스의 현장 도착이 늦어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여성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4일 숨졌다.
제나로 산길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 정체성의 핵심인 문화는 방어 받고 보호돼야 하며 다른 형태의 시위를 위한 확성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명화 테러 시위에 대해) 많은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혐오와 분노로 반응하고 있다”며 “변화를 촉발하기보다는 오히려 활동가들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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