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박 있는 서해로 첫 탄도미사일…김정은, 진짜 속내는

정영교 2022. 11. 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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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반발하며 '강대강' 도발을 계속해온 북한이 6일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며 사실상 '핵폐기 불가'를 선언했다.

북한이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올해 사상 최고의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되고 공화국 무력의 군사 기술적 강세와 실전 능력을 만천하에 각인시켰다"며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으며 군사력을 치켜세웠다.

북한이 언급한 국가 지위는 '핵보유국 지위'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한·미와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에 맞대응해 '불가역적인(Irreversible) 핵 보유'를 선언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월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 '핵 포기는 불가능한 영역이 됐다'는 주장을 다시한번 강조한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핵보유를 인정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핵군축 회담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일 오전 평안북도 동림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이 지난 4월 공개했던 '신형 전술 유도무기'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동림군은 북·중 접경도시인 중국 단둥(丹東)에서 약 30㎞ 떨어진 곳이다. 중국 국경과 가까운 곳에서 북한이 서해로 미사일을 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 장소와 관련,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쟁 발발 시 미국의 핵 응전이 가동되지 않는다면 북한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본토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북·중 국경에서 발사한 북한 미사일의 원점을 타격하려 할 경우 중국 레이더에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관측될 수 있어 응전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앞서 중국과 사전 조율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중국 선박들이 몰려있는 서해로 미사일을 발사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항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북한이 중국에 사전에 알리지 않고 미사일을 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며 "북ㆍ중 관계의 전체 흐름에서 보면 북한이 중국의 20차 당대회 초기에도 도발하는 등 중국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인상도 준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4월 16일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했다며 이튿날 공개한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북한 입장에선 한·미·일이 강경하게 나오는데 자기 편이 없다고 느껴 항의 차원에서 서해로 발사했을 수 있다"며 "중국의 20차 당대회도 끝났고, 앞으로 G20 정상회의(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 개최)도 열리는 만큼 중국이 대미 협상이 원활해지도록 나서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북한이 중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미사일 발사 장소와 방향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양국이 밀착해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에 군사적 행동의 공간을 열어주면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지난 9월3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장쥔 주 유엔 중국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지난 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대사가 최근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최근 발사 행위는 미국 등 관련국들의 말과 행동과 직접 관련돼 있다'고 지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탈냉전기'에 고립무원에서 핵무장을 추진하던 북한이 '신냉전'이 가시화되면서 블럭화에 편승해 중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차 당대회를 마친 중국이 대북 특사를 파견할지도 양국 관계를 가늠하는 중요 관전포인트다. 중국은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했다.

중국은 당대회 직후 사회주의 국가에 특사를 파견해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게 그간 관례였다. 19차 당대회가 열렸던 2017년에는 당대회 폐막 23일 만에 쑹타오(宋濤) 당시 대외연락부장을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보냈다.

이 때문에 20차 당대회가 폐막한지 23일을 맞는 오는 13일쯤 중국이 특사 파견 등 북한에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 새로 진입한 리수레이(李書磊) 중앙선전부장이나 북한 담당이자 중앙서기처 제1서기인 차이치(蔡奇) 상무위원이 특사로 방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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