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 ‘언더독의 기적’ 완성
한국 4팀 중 약체로 평가받았으나 강호들 연파
창단 후 첫 롤드컵 우승해
T1·페이커, 4회 우승 눈앞에서 놓쳐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주인공은 한국 팀인 DRX다.
6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2022 롤드컵’에서 DRX가 강력한 우승 후보인 T1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롤드컵은 한국 등 12개 지역 24개 팀이 모여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데, 2021년 종합 최고 시청자 수가 무려 7386만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정상 개최된 이번 롤드컵에서는 한국 리그인 LCK 소속의 4팀이 출전해 이 중 DRX와 T1이 결승까지 올랐다. 한국 팀 간 대결은 2017년 삼성 갤럭시(우승)와 SK텔레콤 T1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결승전은 세계적인 지역 리그 LCK 팀 간의 대결답게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LCK 팀 중 마지막 4번 시드를 받아 약체로 평가받은 DRX가 세계적인 선수 ‘페이커’ 이상혁이 주장으로 있는 T1을 무너뜨렸다.
DRX는 1세트를 T1에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2세트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대규모 전투에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DRX는 3세트에서 T1에 역전을 허용하며 궁지에 몰렸지만 4세트에서 T1을 몰아붙여 세트 스코어를 다시 2-2로 만들었다.
우승컵의 향배가 걸린 마지막 5세트에서는 그야말로 일진일퇴의 혈투가 펼쳐졌다. 여러 차례의 교전 끝에 DRX가 T1의 본진을 파괴하며 3-2로 승리하며 2014년 창단 이후 8년 만에 첫 롤드컵 우승을 거뒀다.
DRX의 우승은 ‘언더독(약자)의 기적’이다. 역대로 롤드컵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던 DRX는 이번에는 기적의 행보를 이어갔다. 16강에서 LEC(유럽) 1번 시드인 로그와 LPL(중국) 2번 시드인 톱 e스포츠라는 강호들 사이에서 조 1위를 차지했고,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중국의 에드워드 게이밍을 3-2로 꺾었다.
4강에서 LCK 1번 시드인 젠지를 3-1로 꺾고 결승에 올라 T1을 혈투 끝에 잡아내며 언더독의 기적을 완성했다.
DRX는 총 상금(31억원+α)의 22%를 우승 상금으로 받으며, 이날 MVP는 '킹겐(ID)' 황성훈에게 돌아갔다. 황성훈은 "4·5세트 때마다 홀린 듯 '상대를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롤드컵 사상 최고령(1996년생)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DRX 주장 '데프트' 김혁규은 "데뷔 후 하루도 빠짐없이 이 자리에 서는 걸 상상했다. 현실이 돼서 너무 좋다"며 "언젠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다'고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었는데, 막상 이 자리에 서니 제가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희 팀이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T1과 이상혁은 역사상 최초의 4회 우승에 도전했지만 DRX의 반란에 막히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권오용 기자 band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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