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세월호 때도 총리 물러났다" 野, 내각총사퇴까지 만지작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면서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기 시작했다.
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는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정부 당국자들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태도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며 “누구보다 큰 책임을 가져야 할 한 총리는 외신기자회견에서 책임회피로 일관하다 웃음과 농담으로 비판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한 총리를 경질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종전까지는 이 장관과 윤 청장, 김 청장 등 참사 대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사들의 경질을 요구했는데, 지난 5일 국가 애도 기간이 종료되자마자 한 총리를 본격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에 지금 진짜 절실히 필요한 일은 석고대죄하며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일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사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물어야 한다”고 적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성수대교 붕괴 참사나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진상규명이 되기 훨씬 전에 총리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며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대통령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수대교 붕괴 당시는 사고 당일, 세월호 참사 때는 11일 만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예를 들어 한 총리에 대한 즉각 경질’을 주문한 것이다.
이런 강공 드라이브는 지난 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논의가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대표와 박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은 “애도의 기간이 끝나면 이제는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책임자를 찾는 게 우선”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지도부 관계자는 “단순히 이상민 장관 선에서 끝낼 게 아니라 한 총리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총리가 지난 1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빗대 “통역이 안 들리는 것에 책임질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이 무엇이냐”고 농담조로 말한 점은 경질론에 불을 붙였다. 한 총리는 3일 사과했지만, 민주당에선 “국민적 공분이 크다. 한 총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7일 열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직접 한 총리의 경질을 포함한 내각총사퇴를 주장한 거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운영 6개월 만에 이태원 참사와 북핵·경제위기 등을 겪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내각총사퇴를 통한 쇄신을 요구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태원 참사가 다른 대형 참사와 달리 정부의 직접적 책임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공세가 자칫 ‘정부·여당 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19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여론이 폭발적으로 커졌으나 윤석열 정부의 직접적인 지지율 하락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민주당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추진해 잘잘못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해 대통령실 보고·지시 시점부터 경찰의 대응까지를 전반적으로 밝히면 국민 여론은 정부·여당에 부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비판여론이 불붙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내각총사퇴를 주장했다가는 ‘민주당은 잘한 게 뭐냐’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현안질의가 이뤄지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6일 행안위 여야 간사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광호 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이미 출석이 예정된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도 나오는 만큼 민주당에선 “확실히 밀어붙여 비판 분위기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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