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리창 “개방”, 방역당국 “제로코로나 불변”…中 ‘유체이탈’ 방역
중국공산당(중공) 기관지 인민일보가 6일 “‘동적 제로화(動態淸零·제로 코로나 정책의 중국식 표현)’를 견지한다”는 기사를 4면에 게재했다. 같은 기사에 “과학·정밀 방역 수준을 높이겠다”는 제목도 함께 덧붙였다. 이날 방역을 책임지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의 정례 기자회견 결과를 전하면서다. 제로 코로나 원칙을 바꾸지 않겠다면서도 봉쇄로 파생된 여러 불상사의 책임을 일선에 전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최근 방역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상하이·홍콩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중앙 정부가 말과 행동을 달리하는 ‘유체이탈’ 방역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일 밤 열린 제5회 상하이 수입박람회 개막식 축사에서 “개방은 인류 문명 진보의 중요한 동력”이라며 개방을 16차례 언급했다. 봉쇄 위주의 방역에 지친 외국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차기 총리로 내정된 리창(李强)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도 이날 개막 연설에서 “중국 개방의 대문은 오직 더욱 열리고 더욱 커질 것”이라며 19차례 개방을 외쳤다.
시진핑 주석과 리창의 ‘개방’과 맥을 같이 하는 방역 완화설은 상하이 증권가에서 시작됐다. 훙하오(洪灝) 쓰루이(思睿, 영문 GROW Investment Group) 투자 자문사의 파트너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위건위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제로 코로나’를 풀겠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시장의 예상은 내년 3월 양회 이후로 차츰 동적 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방역 완화설을 제기했다. 훙하오는 지난 1일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이 주도하는 ‘리 오프닝 위원회’가 이미 구성됐다는 영문 트위터를 올린 장본인이다. 훙하오는 5일 위건위의 11월 기자회견과 10월 회견의 주요 발언 차이를 도표로 만들어 올리며 완화 기대감을 퍼뜨렸다.
하지만 전날 회견은 조심스러웠다. 미펑(米鋒) 위건위 대변인은 모두 발언에서 “대중의 절실한 정상적인 생산과 생활의 질서를 보장하며, 단순·일률적인 방역을 막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무거워지는 방역은 단호히 단속하겠다”며 “전형적인 사례는 국무원 합동 방역 기구가 통지와 폭로의 강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대회 직전 회견에서는 보이지 않던 발언이지만 문제를 지방의 일선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이날 중앙라디오방송총국 소속 기자가 최근의 일부 지방의 정책 변화를 확인했다. 그는 철도국에서 승객에게 핵산증명을 검사하지 않고, 녹색 건강코드만으로 지방 통행을 허용하며, 일부 지방에서 핵산(PCR) 검사를 자비로 전환한 것이 국가 방역 정책이 가까운 기일에 조정이 있을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관영 매체에 보이지 않던 질문을 제기했다.
이에 후샹(胡翔) 국가질병통제국 전염병방지국 2급 순시원은 “국제적으로 코로나19가 겨울철 유행기를 맞이했고, 국내 일부 지역의 감염 확산 추세가 명확하며, 유행성 독감 등 다른 호흡기 질병과 겹치는 위험이 커지는 등 더욱 엄중하고 복잡한 상황”이라며 “동적 제로화라는 총방침은 흔들림 없이 견지하겠다”고 원칙론을 반복했다.
실제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는 급증 추세다. 6일 위건위 집계에 따르면 중국 31개 지역 전체 신규 확진자는 4420명으로 전날보다 761명 늘어났다. 하루 신규 감염자가 4000명이 넘은 것은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4일 803명에 이어 5일 1582명의 확진자가 나온 광둥에서는 봉쇄를 두려워한 주민의 대규모 탈출이 벌어졌다. 5일 0시를 기해 봉쇄에 들어간 광저우시 하이주(海珠)구는 봉쇄 장기화와 식량 부족을 우려한 주민들이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 탈출하는 영상이 SNS에 유포됐다. 오는 18일 개막할 예정이던 광저우 국제 모터쇼도 무기한 연기됐다.
비극도 계속됐다. 지난 1일 란저우(蘭州)시 봉쇄 단지에서 세 살 어린이가 연탄가스에 중독됐으나 봉쇄로 구급차 출동이 늦어져 숨졌다. 4일에는 내몽골 후허하오터의 한 봉쇄 단지에서 불안 장애를 겪던 55세 여성이 12층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성의 29세 딸이 어머니 시신 옆에서 구조를 요청했으나 용접으로 잠긴 철문을 여는 데에만 수십 분이 걸렸다고 홍콩 명보가 6일 보도했다.
지난 9월 18일에는 밀접접촉자 격리 정책에 따라 구이저우(貴州) 성에서 시민 격리 버스가 전복하면서 승객 27명이 숨지고 20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국의 ‘유체이탈’ 방역은 진퇴양난에 빠진 중국식 방역의 한 단면이다. 당국의 입을 자처하는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은 5일 위건위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의 SNS에 조심스럽게 “중국의 방역이 중요한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높다”며 “무차별 봉쇄는 더는 지방 경제는 물론 서민의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후시진은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방향성 메시지를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제로 코로나 불변”과 “과학·정밀 방역 수준 제고”라는 상충하는 원칙론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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