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런트 스톰'에 폭풍도발한 北 … 한·미·일 안보협력 세진다
한ㆍ미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하루 연장해 지난 5일 마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ㆍ미가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데 합의하고, 해군 함정이 7년 만에 일본이 주최하는 관함식에 참가하는 등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훈련 기간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함해 총 35발의 미사일을 쏘는 등 긴장을 계속 끌어올렸다.
이번 훈련 시작 전부터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맹비난하던 북한은 지난 2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미사일을 쐈다. 또 지난 4일에는 군용기 180여대를 출격시켜 공대지 사격에 나서는 등 연합공중훈련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번 훈련 마지막 날인 5일엔 미국의 전략자산인 B-1B ‘랜서’ 초음속 폭격기 2대가 한반도로 긴급 전개된 상황에서도 서해상으로 미사일 4발을 연속해서 쐈다.
서해로 CRBM 4발 발사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평안북도 동림군 일대에서 이날 오전 11시 32분쯤부터 27분간 서해상으로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불과 30여㎞ 떨어진 곳에서 서해로 미사일을 쏘는 이례적인 군사 행동이어서 정부와 군 당국은 그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한ㆍ미 군 당국은 미사일 4발 모두 약 20㎞ 고도로 약 130㎞를 비행한 것으로 탐지했다. 속도는 마하 5(음속의 5배)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북한판 KTSSM’으로 평가되는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쏜 것으로 추정했다. KTSSM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신형 전술 지대지미사일이다. 북한은 같은 미사일을 지난 4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 발사한 적이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1개 발사대에서 4발을 연속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형 탄두이면서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로 일반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보다 사거리가 짧은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CRBM)”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군이 최전방에서 쏠 경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청주기지와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가 사정권인 만큼 이들 기지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북한의 행태를 두고 군 안팎에선 “북한은 어떤 빌미라도 만들어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다가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사일 발사 등 각종 도발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측면에서 북한이 이같은 국면을 오래 끌고 가긴 힘들 것”이라며 “단기간 긴장을 집중적으로 조성한 뒤 핵실험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훈련 연장하고 B-1B 전개
북한의 무력시위가 갈수록 거칠어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한 한ㆍ미ㆍ일 안보협력도 가속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3일 ICBM을 발사하자 한ㆍ미 국방장관은 이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비질런트 스톰’ 훈련 연장을 즉각 결정했다.
또 양국 장관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배치 수준으로 한반도로 보내는 데 합의했다. 당초 이번 훈련 참가 대상이 아니었던 B-1B 2대를 곧바로 괌에서 보낸 것도 이같은 의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B-1B의 한반도 전개는 지난 2017년 12월 이후 5년여 만이다. B-1B 2대는 5일 오후 한반도 상공에서 공군 F-35A 4대, 미 공군 F-16 4대와 함께 비행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날 오전 미사일을 쏜 이후에 B-1B가 들어왔다”며 “이에 앞서 미 공군 RC-135V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한반도 주변에서 감시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벳 조인트는 전자정보(ELINT)ㆍ통신정보(COMINT)를 실시간 수집ㆍ분석하고 발신지를 추적ㆍ탐지하는 정찰기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을 집중적으로 파악한다.
한ㆍ미 국방장관은 이번 SCM에서 한ㆍ미ㆍ일 3국 협력도 거듭 강조했다. 양국 장관의 공동성명에는 “정보공유, 고위급 정책협의, 3자 훈련, 인적교류 등 한ㆍ미ㆍ일 3자 안보협력과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3국의 대응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미사일 경보훈련, 대잠전훈련을 지속해 나간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한ㆍ미ㆍ일 안보회의(DTT) 등 정례 안보회의체도 가동하기로 했다.
소양함, 기시다 총리에 경례
정부가 6일 열린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 해군 함정을 보낸 것도 한ㆍ미ㆍ일 안보협력과 관련이 깊다. 이번 관함식은 일본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역대 두 번째 국제관함식이다.
일본 주최 관함식에 해군 함정이 참가하기는 지난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관함식엔 한ㆍ미ㆍ호주·인도·캐나다·싱가포르 등 12개국에서 18척의 함정이 참가했다. 일본 측은 중국에도 초청장을 보냈으나 참가하지 않았다.
해군은 과거와 달리 이번 관함식에는 군수지원함인 소양함(1만1000t급)을 보냈다. 지난 2015년 관함식에는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인 대조영함(4400t급)이 갔다.
소양함은 이날 오전 11시 39분쯤 일본 사가미(相模) 만에서 관함식 본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선두로 한 다국적 함대의 마지막 대열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승선한 이즈모함(2만7000t급)을 향해 경례하는 등 해상사열을 했다.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등 각국 해군 수뇌부도 이즈모함에 탑승하고 있었다. 이 총장은 이번 관함식을 계기로 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에 참석한다.
관함식을 마친 소양함은 7일 열리는 다국간 연합훈련인 해상 수색ㆍ구조 훈련(SAREX)에 참가한 뒤 오는 10일쯤 귀환한다.
박원곤 교수는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고, 특히 일본과 협력은 해군 간 협력"이라며 "북한의 도발이 계속 되는 가운데 관함식에 참석함으로써 협력의 공간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신이여 성행위를 하소서’ 신성한 신전, 박수받은 매춘 | 중앙일보
- 9살 딸이 받은 핼러윈 사탕에 '경악'…60배 넘는 마약 있었다 | 중앙일보
- 조용히 바쁜 행보…김건희, 내부서 말려도 유족 찾아간 사연 | 중앙일보
- 김새론 "준비물은 몸뚱이와 술"...음주사고 자숙중 술파티 의혹 | 중앙일보
- 월소득 200만원 직장인, 국민연금 30년 부으면 매달 받을 금액 | 중앙일보
- "'다이애나와 잘 될뻔 했다'는 트럼프…그녀는 '소름끼친다' 했다" | 중앙일보
- 매몰된 광부들 곁엔 '이 것' 꼭 있었다...'기적의 생환' 법칙 | 중앙일보
- 건강 위해 육식보다 채식? 틀렸다...단, 숯불구이땐 OO 필수 | 중앙일보
- NCT127 콘서트 도중 30명 실신…인니 공연 중단, 무슨 일 | 중앙일보
- [단독] 6세에 "마! 일어서!"…갓 전역한 유치원 교사의 불호령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