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전, 러 드론 제공" 첫 인정…美 "올여름에도 보내"
이란이 러시아에 자국산 드론을 보냈다고 처음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간 계속 부인해오던 자국산 드론 제공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이란의 태도 변화는 서방이 이란 정부를 향해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고 압박하는 중에 나왔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 IRNA 통신에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러시아에 미사일과 드론을 제공했다는 서방의 주장 중 미사일 부분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드론 부분은 사실이다. 우리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수개월 전 러시아에 소량의 드론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단, 어떤 종류의 드론을 제공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이란산 샤헤드-136 드론을 이용해 민간인과 인프라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이란은 이런 주장에 대해 줄곧 부인해왔다. 이에 대해 아미르 압둘라히안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이란산 드론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이란은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비디오 연설에서 "이란이 드론 제공 사실을 시인했지만,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4일에만 11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분명한 사실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세계가 러시아와 이란 정권 간의 테러 협력을 조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란이 러시아와 공모한 결과는 러시아 지원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고위 관리는 이날 아미르 압둘라히안 장관의 "전쟁 전 제공" 발언은 거짓이라고 했다. 로버트 말리 미 국무부 이란 특사는 이날 트위터에 "이란은 올여름에만 수십 대의 드론을 배송했고, 러시아군의 드론 사용을 돕기 위해 이란군 관계자를 파견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로이터는 이란 고위관리와 외교관을 인용해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 추가 지원과 함께 지대지 미사일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거리 300㎞의 파테-100과 사거리 700㎞의 졸파가르 미사일 등이다.
앞서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공격하기 위해 이란산 드론을 사용했는지를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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