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터널 빠져나온 한국 여자 마라톤 간판 김도연
한국 여자 마라톤 간판 김도연(29)이 JTBC 마라톤 정상에 올랐다.
김도연은 6일 서울 상암~잠실 코스(42.195㎞)에서 열린 2022 LIFEPLUS JTBC 서울 마라톤에서 2시간27분29초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여자부 1위에 올랐다. 김도연은 2017년 대회 이후 5년 만에 우승했다.
대회 출전자 중 가장 기록이 좋았던 김도연은 순위보다는 기록에 포커스를 맞췄다. 꾸준히 5㎞ 구간 기록을 17분대로 유지했다. 100m를 20초 정도로 달리는 속도다. 20㎞를 1시간10분6초에 통과한 김도연은 마지막까지 힘을 내 목표로 했던 2시간27분대로 통과했다.
김도연의 표정은 환했다. 목표로 했던 27분대에 진입해서였다. 내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기준기록은 2시간28분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김도연은 세게선수권 출전자격을 획득했다. 김도연은 "날씨가 쌀쌀해 근육이 좋진 않았는데, 목표했던 기록이 나와 만족스럽다"고 했다.
JTBC 마라톤 코스는 올해부터 바뀌었다. 상암 월드컵공원을 출발해 양화대교~여의도~마포대교~광화문~세종대로~천호대교를 거쳐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이어졌다. 특히 마포대교를 건넌 뒤 광화문으로 가는 코스의 언덕 구간이 승부처였다.
김도연은 "오르막이 많다고 들었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한강 다리 구간에선 바람도 많이 불었다"며 "대회를 앞두고 충남 공주에서 도로 훈련을 했다. 후반에 페이스를 올리는 연습을 많이 했다. 초반에 여유 있게 달렸는데 계획대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연은 4년 전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 2018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5분41초로 권은주가 갖고 있던 기록을 21년 만에 깨트렸다. 외모와 실력을 겸비해 팬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엔 2시간30분대도 좀처럼 넘지 못하는 등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도연은 "2년간 슬럼프를 겪었다. 부상도 있었고, 한국 기록을 깬 뒤 부담도 컸다. '뛸 때마다 한국 기록을 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라톤이 무서워졌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 이적 후 그는 체계적인 훈련을 하면서 다시 일어섰다. "의욕적으로 연습했고, 몸도 좋아졌다. 김용복 감독님, 고정원 코치님, 동료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내년 8월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계육상선수권이 열린다. 한 달 뒤엔 연기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이 열린다. 간격이 짧아 모두 출전하긴 어렵다. 2018년 AG에선 4위에 올랐다. 김도연은 "세계선수권은 메이저 대회라 뛰고 싶은 마음이 있고, AG은 메달 가능성이 있다. 겨울 훈련 뒤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라토너로서의 최종 목표는 역시 올림픽 도전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김도연은 "올림픽의 꽃이 마라톤 아닌가. 2026 파리 올림픽은 선수들 그만두기 전에 꼭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엘리트 부문에선 신예 암듀오르크 와레레근 타디스(23·에티오피아)가 2시간6분59초로 우승했다. 타디스는 생애 첫 마라톤 우승을 거머쥐고, 상금(5만달러) 및 타임 보너스로 6만달러(약 8500만원)를 받았다. 타디스는 마이크 키프텀 보이트(30·케냐)와 접전을 벌였으나 38㎞ 구간에서 스퍼트해 따돌렸다.
국내 남자 부문에선 김건오(21·한국체대)가 2분15분54초로 1위에 올랐다. 장거리 기대주 김건오는 "2시간 10분대 기록을 노렸는데 아쉽다. 그래도 풀코스 두 번째 도전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쁘다"고 말했다. 하프코스(21.0975km)로 열린 휠체어 종목에선 유병훈(50)이 50분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1999년 중앙 서울마라톤으로 시작한 대회는 2018년 JTBC 서울마라톤으로 이름을 바꿨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버추얼 대회로 진행됐으나, 3년 만에 재개됐다. 올해도 풀코스와 10㎞ 코스로 나뉘어져 열렸다. 출발 직전에는 이태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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