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고재현의 별명 '고자기'는 운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조효종 기자 2022. 11. 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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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대구FC)에게 유독 많은 기회가 찾아온 건 단순히 운이 따른 결과가 아니었다.

"시즌 초반 아직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시기에 우연히 UFC 선수 코너 맥그리거의 명언을 보게 됐어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를 믿으라는 내용이었어요.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두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반복해서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했어요. 일기도 썼고요. 임대에서 복귀하니까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던 1, 2년 차 때가 떠오르면서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운동할 때 코치님께 들었던 말씀, 감독님께 들었던 칭찬을 다 적어놓고 경기 전에 다시 읽어봤어요. 같이 일기장을 산 친구가 '넌 한두 번 쓰고 안 쓸 것 같다'고 했는데 계속 썼죠. 이젠 안 쓰면 찝찝해요."노력하고, 기회를 받고, 결과를 내고, 자신감이 쌓이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고재현은 시즌 중에도 계속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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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고재현(대구FC)에게 유독 많은 기회가 찾아온 건 단순히 운이 따른 결과가 아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한발 더 뛴 노력의 성과였다.


고재현은 2022시즌 K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게 도약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앞선 4년간 K리그1에서는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고 K리그2 서울이랜드FC 임대 시기에는 윙백으로 뛰기도 했는데, 임대에서 복귀한 올 시즌 당당히 대구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해 K리그1 32경기 13골 2도움을 기록했다.


▲ '고자기'로 거듭난 비결


시즌 초반부터 기세가 매서웠다. 2라운드 전북현대 원정 경기에서 1호 골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첫 8경기에서 5골을 몰아쳤다. 득점 장면을 보면 공에 눈이 달린 듯했다.  공이 문전의 고재현에게 알아서 찾아왔다.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과 결정력으로 유명했던 전 이탈리아 국가대표 공격수 필리포 인자기를 연상시키는 플레이로 '고자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단순히 운이 좋아 얻은 별명은 아니었다.


"코치님들께서 골문 앞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공을 받을 수 있고, 위협적인지 이야기해 주셨어요. (이)근호 형 조언도 도움이 됐죠. '성실한 선수에게 득점 기회가 온다'는 말을 자주 해주셨는데, 그 말이 맞았어요. 세징야와 제카가 슈팅력이 좋잖아요. 그래서 다른 공격수들이 슈팅할 때 보고만 있기보다, 나한테 공이 올 거라 예상하고 한 발 더 뛰었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공이 제 앞으로 오더라고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기 위한 노력도 빛을 발했다. "시즌 초반 아직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시기에 우연히 UFC 선수 코너 맥그리거의 명언을 보게 됐어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를 믿으라는 내용이었어요.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두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반복해서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했어요. 일기도 썼고요. 임대에서 복귀하니까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던 1, 2년 차 때가 떠오르면서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운동할 때 코치님께 들었던 말씀, 감독님께 들었던 칭찬을 다 적어놓고 경기 전에 다시 읽어봤어요. 같이 일기장을 산 친구가 '넌 한두 번 쓰고 안 쓸 것 같다'고 했는데 계속 썼죠. 이젠 안 쓰면 찝찝해요."


노력하고, 기회를 받고, 결과를 내고, 자신감이 쌓이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고재현은 시즌 중에도 계속 발전했다. 시즌 말미에는 위치 선정뿐 아니라 슈팅 기술, 침착함이 빛나는 득점 장면이 많아졌다. 또 홈에서만 나오던 득점이 원정에서도 터지기 시작했다.


고재현, 세징야, 제카(왼쪽부터, 이상 대구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저희 팀 동료들을 보면 이게 팀이구나라는 걸 느껴요"


고재현의 놀라운 도약에는 동료들의 공도 있었다. 좋은 공격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언해 준 베테랑 이근호뿐 아니라 대구의 오른쪽 라인을 함께 책임졌던 프로 1년 차 윙백 황재원, 경기장 안팎에서 영향력이 지대한 에이스이자 주장 세징야 등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동료들이 다방면으로 큰 도움을 줬다.


"(이)진용이나 재원이 같이 저보다 어린 선수들이 잘하는 걸 보면서 자극을 받았어요. 같이 오른쪽에 서는 재원이는 최고의 파트너이기도 했어요. '나한테 어시스트 많이 해줘야 너도 영플레이어상 탄다'며 장난을 많이 쳤는데, 실제로 제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줬거든요. K리그 시상식 때 입을 정장을 같이 맞추러 가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저녁을 샀어요(웃음)."


"세징야는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고 책임감이 강해요.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전북전에서 지고 세징야가 선수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어요.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큰 걸 아는데, 부상 복귀 후에 기대에 부응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요. 그 모습을 보고 세징야와 같은 마음을 가진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있다면 팀이 훨씬 단단해질 거라 느꼈어요. 그때부터 더 이상 어린 선수처럼 행동하지 않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한 시즌 동안 공격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세징야와 제카는 시즌 말미 고재현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잔류가 사실상 결정된 뒤 치른 경기 전날이었어요. 세징야와 제카가 저보고 페널티킥 연습을 하라는 거에요. 몇 골 더 넣으면 득점왕 경쟁도 할 수 있지 않냐는 거였죠. 괜찮다고 했는데, 무조건 제가 차야 한다면서 잘 찬다고 응원해 줬어요. 경기 때는 제게 슈팅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기도 했고요. 두 선수는 다른 나라 리그에서 와서 경쟁하는 외국인 선수들이잖아요. 공격포인트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 기회를 제게 양보해 준다는 마음이 정말 고마웠어요."


고재현(대구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팀을 구해낸 원동력, 신뢰에 보답하겠다는 의지


고재현이 마침내 잠재력을 꽃피우기 시작한 것과 반대로 올 시즌 대구는 최근 달리던 성공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시즌 중반 리그 12경기 무승을 거두며 강등권까지 추락했다. 알렉산더 가마 감독이 물러난 이후에도 반등이 쉽지 않았다. 어려운 시기에 팀을 이끌게 된 최원권 감독대행과 주장 세징야는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31라운드 홈 전북전 0-5 대패 이후 팬들 앞에서 반드시 위기에서 벗어나겠다고 눈물로 다짐하기도 했다.


대구는 그 이후 리그 마지막 7경기(4승 3무)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잔류 약속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반등의 시작점은 32라운드, 비가 많이 내렸던 제주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였다. 2실점을 먼저 내줬지만 그대로 무너지지 않고 따라붙어 무승부를 따냈다. 당시 경기의 주인공은 1골 1도움을 기록한 고재현이었다.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전북전 참패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고재현은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제주전을 치렀다.


"사실 그때도 햄스트링이 계속 좋지 않았는데, 너무 경기에 뛰고 싶었어요. 뛰다가 정 안 되면 말하겠다고 출전 의지를 보이니까 감독님께서 믿고 기용해 주셨어요. 전반전을 뛰다 보니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일찍 나가려고 하던 차에 팀이 2골을 내줬어요. '지면 안 된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어시스트를 하고 골까지 넣었어요. 형들이 꾀병이었냐고 놀리더라고요(웃음). 끝나고 숙소 갔더니 그제야 통증이 몰려왔어요. 경기 중에는 너무 기쁘고 흥분한 상태라 아픔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치료를 잘 받았고, 코치님들께서 충분히 쉬게 해주셔서 잘 회복했어요."


최 감독대행이 고재현을 신뢰한 건 그만큼 잘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오래 데리고 있던 선수"라는 최 감독대행의 표현처럼, 최 감독대행은 고재현이 대구에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가까이에서 지도하며 늘 고재현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대구에 처음 왔을 때부터 항상 믿고 아껴주셨는데, 오랫동안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어요. 더 성장하고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서울이랜드 임대를 결정했을 때 당시 코치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임대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진 않으셨던 걸로 기억해요. 서운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임대에서 복귀하고 나서도 계속 믿어주셨어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올 시즌 그 믿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한 거 같아서 좋아요."


고재현이 보답하고 싶은 대상 중에는 당연히 팬들도 있다. 지난 9월 제주전을 마치고 했던 '마지막엔 무조건 웃게 해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킨 고재현은 다음 시즌 더 나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팀이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주 원정 경기 끝나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건 팬분들께서 믿고 기다려주셨기 때문이었어요. 팬분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못 왔을 거에요. 올 시즌 바라셨던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내년엔 더 준비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사진= 대구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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