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보니 접속 끊겨” 트위터 대량 해고 사태 파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화됐다.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불안해하던 직원들은 사측 통지에 황당해하면서 불안 대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유엔도 우려를 드러내며 직접 경영방침까지 권고했다.
트위터 본사에서 콘텐츠 마케팅 매니저로 일해 온 레이첼 본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이 해고됐다고 밝혔다. 그는 “목요일이 정말 트위터 마지막 날이었다”며 “방금 노트북 접속이 끊겼다”고 썼다. 그는 이어 만삭인 채 생후 9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게시물 아래에는 “해고된 직원 중 일부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댓글이 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자심 아비드도 4일 오전 잠에서 깨어보니 해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트위터에 “슬랙(협업 툴)과 메일 접근이 차단됐고 노트북이 원격으로 나가 있었다”며 “자는 동안에 심지어 확인 메일도 없이 해고를 당했다. 황당한 일의 연속”이라며 분노했다.
영국 런던에서 근무하는 크리스 유니도 5일 새벽 구체적인 해고 사유 없이 마지막 근무일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새벽 3시에 이런 통보를 받게 돼 정말 감사하다”며 회사 측의 일방적 해고 조치를 비꼬았다.
머스크의 인수 후 벌어진 트위터 직원들의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해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도시는 5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많은 이들이 나에게 화났다는 것을 안다”며 “모두가 왜 이런 상황에 부닥쳤는지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 규모를 너무 빨리 키웠다. 그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썼다.
트위터가 너무 빨리 성장하는 바람에 인수가 됐고, 이에 직원들이 지금과 같은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과거와 현재 트위터 사람들은 강하고 회복력이 있다. 그들은 그 순간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항상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트위터에서 일한 모든 이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도시는 2006년 트위터를 공동 창업한 뒤 CEO를 맡았으나 2008년 경영 스타일과 잦은 결근 등으로 해고됐다. 이후 2015년 복귀해 지난해 11월까지 CEO를 지냈으며 올해 5월까지 이사회 멤버를 끝으로 모든 직을 내려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은 이날 저녁 일리노이주 시카고 근교 로즈몬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후원 행사에 참석해 8일로 예정된 중간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제 우리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게 뭐죠? 머스크가 나가서 세계 전체에 거짓말을 내보내고 뿜어내는 수단을 사들였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는 이제 편집자가 없다”고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트위터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후 ‘치프 트윗(chief twit)’을 ‘트위터 민원 핫라인 운영자’ 등으로 직함을 바꾸면서 1인 이사로서 단독 경영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는 트위터가 머스크 체제에서 콘텐츠 심사를 약화시켜 거짓 정보 전파를 부추기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광고 효과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광고주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면 “표현의 자유를 되살리겠다”고 인수 전부터 강조해 왔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콘텐츠 심사에 대한 우려로 광고 트위터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콘텐츠 심사와 관련해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서 콘텐츠 심사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대거 해고됐다는 소식에 대해 논평을 요구받고는 “대통령은 항상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증오 표현과 거짓 정보를 줄이기 위해 조치를 계속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고 답변했다.
유엔도 우려를 드러내며 경영방침까지 권고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서 머스크 CEO를 향해 “당신이 이끄는 트위터에서 인권이 경영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튀르크 인권대표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인권 관련 부서를 통째로 잘라내고 인공지능(AI) 윤리 관련 담당자 상당수를 해고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내 관점에서는 출발이 고무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튀르크 인권대표는 “디지털 광장에서 트위터의 역할에 대한 우려와 걱정으로 편지를 쓴다”며 “인권의 시각에서 근본적인 원칙을 당신, 당신의 팀과 공유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 원칙을 중심으로 삼아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튀르크 인권대표는 ▲전 세계 표현의 자유 보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절한 규제 ▲차별·적대감·폭력 등을 부추기는 혐오 콘텐츠 차단 ▲투명성 확보 ▲개인정보 보호 ▲각국 언어·문화 전문가 기용 등 6가지 당부를 전했다.
이어 “다른 모든 기업과 같이 트위터는 자사 플랫폼이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며 “플랫폼을 사용하고 개선할 때 ‘인권 존중’을 탈선 방지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튀르크 인권대표는 트위터에도 서한 내용을 공유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우린 둘 다 표현의 자유를 아낀다. 여기 트위터에서 표현의 자유(다른 권리도 마찬가지!)를 보호할 방법에 대한 생각이다”라며 머스크에게 공개서한 링크를 공유했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절대론자’를 자처하는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혐오 발언을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서한은 거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가 지구촌에 미치는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머스크의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성향이 우려스럽다는 판단에 따라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파라그 아그라왈 전 CEO 등 기존 경영진을 쫓아냈고 전체 직원의 50%를 일괄해고하는 등 냉혹한 ‘칼바람’ 경영에 착수했다. 이에 트위터 직원들은 지난 3일 머스크의 충분한 사전통보 없는 해고는 미국 연방법과 캘리포니아주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지난 4일 오전 9시 개인계정 이메일을 통해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 대부분은 업무용 이메일 등의 접근이 차단된 뒤 해고 사실을 알게 됐다. 계속 근무 중인 직원들은 업무 이메일로 통지를 받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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