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 밟자마자 앞차 꽁무니”… ‘슈퍼카급’ 기아 전기차의 등장

이용상 2022. 11. 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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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 위에 발을 얹기만 해도 기아 EV6 GT가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시동을 켜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니 차가 조용히 앞으로 전진했다.

모델명 뒤에 붙은 'GT'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약자로, '장거리 운전'을 목적으로 만든 고성능 차량을 의미한다.

앞바퀴 캘리퍼는 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게 아니라 이 차의 강력한 성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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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 EV6 GT
기아 EV6 GT 외관. 기아 제공

가속 페달 위에 발을 얹기만 해도 기아 EV6 GT가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전·후륜 합산 최고 출력 430㎾(585마력), 최대 토크 75.5㎏f·m로 국산차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았다. 등이 시트에 척 달라붙으면서 차량이 스프링처럼 튀어나갔다. 롤러코스터가 떨어질 때 몸이 붕 뜨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카 못잖은데 가격은 7200만원이다. 지난 29일 새벽에 이 차를 타고 서울 마포구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왕복 약 80㎞를 주행했다.

기아 EV6 GT 뒷모습. 기아 제공

외관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별로 다르지 않다. 앞바퀴에 형광색 캘리퍼(브레이크 부품)를 장착했고 휠이 21인치로 커진 점 정도가 차이다. 범퍼 디자인도 조금 달라졌는데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기아 EV6 GT 앞바퀴에 장착된 형광색 캘리퍼. 기아 제공

운전석에 올랐다. 대시보드, 시트 등은 스웨이드 재질이었다. 시트 위치를 조절하려고 보니 수동식이다. 불편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등받이 각도 등을 미세조정하기 힘들다는 게 아쉬웠다. 시동을 켜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니 차가 조용히 앞으로 전진했다. 기아에서 EV6 GT를 홍보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게 제로백이다. 무려 3.5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한다. 고성능 차량인 만큼 일반도로에서의 주행감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웬 걸,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차의 흔들림을 잘 잡아줬다. 배터리를 달고 있어 무게가 2t을 넘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크게 덜컹거리지 않았다. 시끄럽지도 않았다. 엔진이 없으니 당연히 엔진소음은 없고, 타이어 내부에 흡음재를 넣어 노면소음도 억제했다고 한다. 코너를 돌 때도 차가 반대편으로 거의 쏠리지 않았다. 모델명 뒤에 붙은 ‘GT’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약자로, ‘장거리 운전’을 목적으로 만든 고성능 차량을 의미한다.

기아 EV6 GT의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있는 GT모드 버튼. 기아 제공

직선주로에 들어섰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오른쪽엔 주행모드 변경 버튼이, 왼쪽엔 GT모드(일종의 부스트 모드) 버튼이 있다. 오른손 손가락을 까딱해서 주행모드를 스포츠(sports)로 바꾸고 왼손 손가락을 까딱해서 GT모드를 발동한 뒤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야말로 폭발적 가속력을 발휘했다. 저 멀리 작게 보이던 앞 차량의 꽁무니에 순식간에 붙었다. 경찰이 고속도로 초과속 운전자나 도주차량을 잡을 때 이 차를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0㎞로 웬만한 슈퍼카 못잖다. 지난해 기아는 EV6 GT가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내연기관 슈퍼카보다 빠르게 달리는 영상을 공개했었는데, 과장이 아니었다. 앞바퀴 캘리퍼는 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게 아니라 이 차의 강력한 성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거였다. 고속에서도 운전대는 쉽고 정교하게 돌아갔다. 기아는 EV6 GT에 최초로 ‘드리프트 모드’를 적용했지만 주행 여건상 사용해 보진 못했다. 기아는 지난달 충남 태안에 있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GV6 GT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는데 당시 이 차를 몰아본 한 카레이서는 “이 차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 3분 정도 드리프트를 하고 나면 타이어가 망가져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었다.

기아 EV6 GT 내부 인테리어 모습. 기아 제공

단점을 찾는다면 배터리 성능이다. 80% 충전 상태로 약 2시간을 시승했는데, 배터리 잔량이 42%까지 떨어져 있었다. 전비(내연기관차에서는 연비)는 1㎾h당 4~5㎞ 수준이었다. 스포츠 모드 상태로 급가속을 자주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쉽다. 다만 이 정도 고성능을 갖췄으면서 1억원을 넘지 않는 차량을 찾기 힘들다.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펀카’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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