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동네북이 된 연예인들 [박정선의 엔터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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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밤, 핼러윈을 앞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사고로 156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습니다.
'유명인의 이태원 방문으로 인파가 몰렸다'는 한 줄의 보도 이후, 일부 네티즌은 그 '유명인'을 찾아 나서면서 특정 인물들을 이번 참사의 '가해자'로 낙인찍는 식이다.
어떤 유명인이 사고 당시 이태원을 찾았더라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중 한 명일 뿐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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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포기한 애도 강요 지적..."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해야"
지난달 29일 밤, 핼러윈을 앞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사고로 156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습니다. 정부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11월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연예계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방송이나 행사, 콘서트 등의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방송사와 기획사 차원에서 일정을 중단하는 것 외에도 연예인들은 각자 SNS를 통해 애도에 동참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의 방향이 어긋난 분노는, 연예인을 ‘동네북’ 삼아 자극적인 루머만 양산하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대게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유명인의 이태원 방문으로 인파가 몰렸다’는 한 줄의 보도 이후, 일부 네티즌은 그 ‘유명인’을 찾아 나서면서 특정 인물들을 이번 참사의 ‘가해자’로 낙인찍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지목된 유명 BJ들은 자신의 동선과 방문시간대를 제출하면서 때 아닌 해명을 해야 했다.
급기야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한국에 있지도 않은 배우 유아인이 거론되는 황당한 해프닝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유아인의 소속사 UAA 측은 “유아인은 29일 출국해 현재 해외 체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뮤델 한혜진은 사고가 나기 전 사진 한 장을 SNS에 올렸는데, 사고가 난 이후 같은 날짜에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악플러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더 황당한 것은 애도의 글에 남겨진 악플들이다. 방송인 이근은 참사 이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미래가 밝은 젊은 친구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삼가고인의 명복은 빈다”는 추모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물의 댓글엔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성 글이 남겨지면서 대중을 분노케 했다.
대중문화예술인에게만 생업을 포기한 애도를 강요하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로 대중문화예술계는 국가적으로 대형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움직임을 멈춰왔다. 멈춤을 택함으로써 슬픔을 함께 하는 이들의 선택은 그 나름대로 존중하지만, 사실상 ‘예술=유흥’이라는 사회적 인식 탓에 불가피하게 멈춤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가수 생각의 여름(본명 박종현)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예정된 공연을 그대로 진행할 것을 밝히면서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들(만)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연행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 하기로 했던 레퍼토리를 다시 생각하고 매만져본다. 무슨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까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축제를 즐기려는 젊음은 죄가 될 수 없고, 핼러윈 영업을 탓할 일도 아니다. 어떤 유명인이 사고 당시 이태원을 찾았더라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중 한 명일 뿐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젊음을 애도하는 방식에 강압적인 틀과 시간을 정해놓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과연 틀에 박힌 애도를 강요하는 것, 어긋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마녀사냥’을 통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후회스러운 과거가 또 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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