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바쁜 행보…김건희, 내부서 말려도 유족 찾아간 사연
“어른들이 누나를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지난 2일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여고생의 빈소를 찾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누나를 잃은 여덟 살 남동생에게 전한 말이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에겐 “사고를 막아내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부상자의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김 여사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함께 울었다. 김 여사가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를 찾은 건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합동분향소 조문 이후 두 번째였다.
김 여사의 빈소 방문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희생자 가족 중 조문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가더라도 원망만 들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김 여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원망이라도 들어드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취지의 말을 전하며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참사 뒤 매일 합동분향소를 조문하는 가운데,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취지였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유가족들에게 “슬픔을 나누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는 게 너무 한스러웠다”는 말을, 부상자의 가족에겐 “완쾌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면 꼭 다시 찾아뵐 것”이란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4일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헌화를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렇게 김 여사는 조용하지만 바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사회적 약자 등 어려운 이를 찾는 봉사 위주의 일정이 대부분이다. 지난 8월엔 지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장례식장을 예고 없이 찾아 조문했다. 당시에도 김 여사는 헌화한 뒤 현장에 있던 성직자에게 “세 모녀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같은 달 말엔 성남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 ‘안나의 집’을 찾아 배식과 설거지 봉사를 했고, 지난달엔 정인이 사건’ 2주기를 앞두고 정인 양의 묘소를 참배했다.
김 여사는 묘소 참배 약 일주일 뒤인 지난달 18일엔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하는 ‘2022 적십자 바자’에 참석하며 보폭을 넓히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이후 4개 월만의 공개 행보였다. 4일엔 한·독 정상회담차 방한한 독일 대통령의 부인 엘케 뷔덴벤더 여사와의 환담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양국 문화 교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는 힘들고 아픈 일을 겪으시는 국민과 항상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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