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단속하면 무조건 도사견 있는 이유 [개st상식]

이성훈 2022. 11. 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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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만든 투견에서 불법 식용견으로
건강한 체질…북미·유럽서 평가 엇갈려


언론 보도를 보면 좁은 철창에 여러 마리의 개가 뒤엉켜 있는 불법 개농장이 적발됐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접하게 됩니다. 이때 검은 주둥이를 한 거대한 갈색 개가 등장하는데요. 일본에서 투견용으로 개량된 견종, 도사(Tosa) 견입니다. 국내에는 1990년대 투견용으로 수입된 뒤 2000년대에 개싸움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보신탕 재료로 전락한 비운의 개이죠.

세계 3대 애견협회인 미국애견연맹(AKC)은 도사견을 “보호자 가족에게는 다정하며 외부 개에게는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견종”이라고 설명하는데요. 다수 유럽권 국가에서는 키우는 것이 금지되지만 북미권에서는 유아와도 잘 지내는 베이비시터 역할로 선호되는 등 엇갈린 평가를 받습니다. 도사견에 얽힌 역사와 대표적인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도사견은 가족에게 온순한 성격으로 인해 북미권에서 반려견으로 선호된다.
일본서 투견으로 개량…60㎏급 초대형견

도사 견종을 이해하려면 일본의 오랜 투견문화를 짚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14세기부터 지름 4m 내외의 원형 경기장에서 두 마리의 개를 싸움 붙이는 투견 대회가 각지에서 열렸습니다. 어느 한 마리가 비명을 지르거나 등을 보이며 달아나면 승패가 갈리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투견판에는 적게는 60마리 많게는 250마리까지 동원됐습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일본 행정단위인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도쿄, 가나가와 등 5곳을 제외한 곳에서 투견대회가 합법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시대마다 대표적인 투견종이 있었습니다. 19세기 이전에는 오사카 인근 시코쿠 섬에 서식하는 20㎏급 시코쿠 견종이 투견판을 휩쓸었죠. 하지만 1858년 미·일 통상조약이 체결되면서 100㎏에 육박하는 그레이트데인, 마스티프와 치악력이 강한 불테리어 등이 일본에 상륙합니다. 크고 강인한 서양 개들에게 일본 개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일본인들은 토종 시코쿠와 서양 투견들을 교배한 개량종을 만들었으니 바로 도사견입니다. AKC에 따르면 도사견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독, 불테리어, 마스티프, 그레이트데인 등 온갖 대형견이 1800여 마리씩 동원됐다고 합니다.

일본 토종 시코쿠(오른쪽)와 시바(왼쪽)견이 나란히 서 있다.


요코즈나 망토를 두르고 투견장에 입장한 도사견. 일본에서는 대회에서 우승한 투견에게 최상위 호칭과 함께 막대한 상금을 준다.


도사견은 시코쿠의 집요한 성격에 몸집도 60㎏대로 서양 투견 못지않은 강인한 육체를 가졌습니다. 특히 턱으로 깨무는 치악력이 매우 강력해서 일반적인 대형견 치악력이 45㎏대인데 도사견은 그 5배인 250㎏에 달합니다.

1950년대 국내 들어와…투견에서 개농장개로 전락

국내 첫 도사견 기록은 1958년 등장합니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전국 투견 대회에서 맹호라는 이름의 도사견이 우승했다는 문헌이 남아있습니다. 1970년 9월 농림부의 허가 아래 사단법인 한국도사견협회가 설립돼 전국 투견대회를 주관합니다. 당시만 해도 성인들이 투견장에 입장해 판돈을 거는 것이 흔한 놀이 문화였죠.
1989년 3월 촬영된 투견장의 도사견 모습. 한국학중앙연구원,유남해 제공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동물을 싸움 붙이고 즐기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개싸움 문화는 범세계적 비판을 받았고, 투견을 금지하자는 국내 여론이 형성됩니다. 2008년 개정 동물보호법(동보법)에서 투견은 동물 학대로 분류돼 엄격히 금지됩니다.

투견장이 사라지자 싸움개 도사견은 쓸모가 없어져 상당수가 불법 개농장으로 팔려갑니다. 대부분 개농장에서는 여러 마리의 개를 좁은 철창에 가두고 음식쓰레기를 먹이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개가 병에 걸려 죽어갑니다. 도사견은 강인한 체질로 인해 질병을 잘 견디는데다 마리당 살코기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개농장에서 많이 길러집니다.

불법 개농장에서 발견된 다수의 도사견 모습. 동물구조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네셔널(HSI) 제공
이른 시기 사회화해야…양치질 필수

도사견은 유럽권에서는 사육이 금지되지만 북미권에서는 다정한 가정견으로 선호되는 등 평가가 크게 갈립니다. 우선 영국, 덴마크,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도사견을 기르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키우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국내에서 도사견은 맹견으로 분류되며, 기르려면 맹견보험 가입, 연간 교육 수강 등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


국내에서 도사견은 맹견으로 분류됩니다. 동보법상 도사견은 로트와일러,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과 함께 5대 맹견으로 지정됐습니다. 도사견은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는 기를 수 없으며, 견주는 매년 3시간 온라인 의무교육 수강, 맹견 손해보험 가입, 목줄과 입마개 착용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미권에서는 도사견이 반려견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도사견은 학습 능력이 좋고 가족에게 매우 다정하기 때문입니다. 또 생후 3~12주 사이에 철저한 사회화 교육을 제공하면 다른 동물에 대한 공격성도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AKC는 도사견이 지능이 뛰어나며 어린아이를 부드럽게 대하는 성품을 지녔다고 평가합니다. 국내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된 도사견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입양자를 모집합니다.

동물구조단체 HSI 활동가가 국내 불법 개농장에서 도사견을 구조하는 모습. HSI


도사견은 유전질환이 거의 없는 건강한 견종입니다. 다만 이빨이 커서 치석이 쌓이고 치아질환에 시달리기 쉬운 편입니다. AKC는 최소 1주일에 두 차례, 가급적 매일 양치해줄 것을 권고하지요. 또한, 도사견은 운동이 부족하면 금세 비만이 되므로 하루 1시간씩 산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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