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부자감세 저지" 與 "국민선동 차단"…예산정국 시작부터 난항

고수정 2022. 11.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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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초부자감세·서민예산 복구 등 칼질 예고
국민의힘, 野 기조 반발…재정건전성 회복 초점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돌입했다. 여당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정 건전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경제 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민생난은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해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7~8일 종합정책질의, 9~10일 비경제부처 예산심사, 14~15일 경제부처 예산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예산안 공청회를 열고 정부가 편성한 639조원 규모 예산안의 적절성을 토론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증·감액을 심사할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는 오는 17일부터 활동한다.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로, 여야 예결위 간사는 이에 맞춰 오는 30일에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예산안 감세 기조와 세부 항목 등에 대한 여야의 이견이 뚜렷해 예산안 처리 시기가 법정시한은 물론 연말을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장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에 권력기관 관련 예산만 4700억원이 넘는다며 이를 감액해 10대 민생사업 증액을 추진하겠다는 '대규모 칼질'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국회의 예산안 심사 일정이 시작된 지난 4일 국회에서 '2023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예산안에 대해 "총지출 639조원은 13년만에 전년 최종예산보다 40조5000억원 감액된 규모"라며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2023년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긴축재정은 경제불안을 더욱 심화시키는 경제불안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위는 "정부는 내년 예산안이 건전재정 기조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초부자감세 등으로 인한 세수효과가 6조4000억원 감소되어 세입기반이 훼손되는 등 정부가 재정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내년도 국세수입안은 400조5000억원으로 올해 정부 전망 397조1000억원에 비해 3조4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는 민생·경제·안전 등 예산은 대폭 감액하면서도 대통령실 이전 후속조치 예산은 1305억원, 권력기관 예산 3387억원 증액, 시행령 통치 예산 8억원 이상 등을 적극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예산안에서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권력기관 예산과 부실설계·불요불급한 사업 등 문제사업 예산을 대폭 감액해 증액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확보한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예산, 경제·기후대응예산, 국민안전예산 등을 증액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주당이 삭감을 추진하는 예산은 구체적으로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1305억원) △대통령비서실 및 법무부 등 권력기관 예산(3386억원)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등 시행령 통치 예산(약 8억원) 등이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병욱 의원은 "민주당이 증액 요구한 예산안은 안전, 지역화폐, 어르신, 일자리, 기초연금, 저소득층 지원, 임대주택, 청년, 쌀값 안정화, 장애인 등인데 이것을 윤석열 정부가 반대할 수 있을까. 전 못한다고 본다"며 "국민들이 원하고, 국민들이 필요한 예산을 저희가 국민을 대신해 증액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인 만큼 원안 사수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예산안 공세를 '국민선동'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팩트체크 자료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책위는 '2023년 예산안 관련 민주당의 국민선동 사례' 자료를 통해 민주당이 △소상공인을 위한 지역화폐 전액삭감 △대통령실 이전비용 최소 1조원 △복지지출 규모 축소 △노인일자리 삭감 △청년내일채움공제 삭감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삭감 △노인요양시설 확충 삭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삭감 △모태펀드 출자 축소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등이다. 10개 중 8개가 소상공인, 노인, 청년, 어린이 등과 관련된 민생경제 예산과 관련해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4일 논평에서 '정부 예산안에서 민생예산뿐 아니라 안전 사업 예산이 삭감됐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아니면 말고 식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재난·안전 예산은 21조9000억원에서 22조3000억원으로 4000억원이 늘어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며 "지방이양, 완료 사업 등을 제외한 실질 증가율로 보면 전년 대비 4.2%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난 안전 예방을 위한 인프라, 장비 확충 등 관련 분야 투자도 분명히 반영돼 있다"며 "음압 구급차 신규 보급, 노후도를 고려한 일반구급차 교체수요를 반영했고, 헬기 확충 등 현장 대응 장비를 대폭 확충함에 따라 147억 원이 증액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은 서민과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약자 복지' 예산안에 대해 덮어놓고 정치공세에 나서더니, 이제는 국가적 슬픔을 이용해 '안전 예산' 삭감 운운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비정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 국회에서는 국가·사회 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고 내년도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기 위해 여야가 반드시 협치해야만 한다"며 "국가 위기 극복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사실관계 확인 없는 예산 발목잡기, 예산 정쟁화는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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