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가득" 美 명문대 졸업 첼리스트, 7년째 은둔형외톨이 (실화탐사대)[종합]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완벽한 첼리스트가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3일 방송한 MBC '실화탐사대'에는 뉴욕 명문 음대를 졸업한 뒤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 첼리스트가 4평 남짓한 고시원을 벗어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버린 사연을 담았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 충격적인 사연이 올라왔다. 7년 동안 고시원에 갇혀 나오지 않는 형, 이준서(가명) 씨를 꺼낼 마지막 방법을 찾고 있는 동생의 절박한 사연이었다.
제작진은 글 작성자와 연락이 닿았다. 동생은 "도와주시면 감사하다. 지금 방법이 없다"라고 요청했다.
올해 35세인 이준서 씨는 어릴 적부터 유독 조용하고 섬세했다. 부모는 "천사였다. 많이 예뻤다. 동생을 너무 예뻐했다"라고 떠올렸다.
아버지는 "어느 날 초등학교 때 음악을 하고 싶다더라. 걸음마 때부터 해야 기초가 쌓이지 않냐. 경쟁이 치열한데 늦게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꼴찌 비슷하게 예술중학교를 합격했다. 이후 예술고에 수석 합격을 했다. 너무 기분이 좋았고 춤을 줬다. 재능이 있구나 했다. KTX 타고 본인이 혼자 서울을 왔다갔다 했다"라고 했다.
친구는 "고등학교 와서는 항상 1등이었다. 잘한다, 열심히 했구나, 독하다 이런 느낌이었다. 엄청 유명했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라고 기억했다.
준서 씨는 많은 전국 각종 경연대회에서 수상했고 서울에 있는 음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1학년을 마친 뒤 자퇴를 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미국 유학을 보낼 사정이 안 되고 뉴욕은 세계에서 물가가 제일 비싸고 사정이 도저히 안 된다고 반대했다. 본인 혼자 비행기를 타고 가서 시험을 쳤다. 아무도 안 도와줬는데 합격통지서가 집에 날아와서 알았다"라며 준서 씨의 뛰어난 실력을 언급했다.
준서 씨는 아무나 못 들어가는 뉴욕 명문 음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어머니는 "부모는 자식에게 진다. 저렇게 가고 싶구나, 머리카락을 팔아서라도 시켜야겠구나 했다"라고 했다.
그렇게 미국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첼로에 대한 열정이 컸던 만큼 새로운 환경에도 빨리 적응하고 실력도 늘었다. 지도 교수도 그를 의욕적이고 첼로 연주 실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기억했다.
아버지는 "카네기홀에서 두 번 연주하고 중동 쪽 교향악단에 들어갈 계획이 있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준서 씨는 4년의 학업 과정을 3년 만에 끝냈다. 그러나 4평 남짓인 고시원에 스스로를 가뒀다. 집을 나가 은둔생활을 한지 7년 째다. 어머니는 "햇볕이 비치고 젊은 사람이 데이트하는 걸 보면 '우리 준서는 뭐하고 있지, 왜 어두운 골방에서 거기 있는 거야, 밝은 햇빛을 안 보고 저렇게 하는 거야' 싶어 너무 울었다"라고 이야기했다.
2년 전 관리인의 연락을 받고 목격한 아들의 방은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쓰레기가 정말 장난 아니었다. 음식물 쓰레기 비닐이 쌓여서 산을 이뤘다. 벌레가 생겼다. 방이 아니라 쓰레기장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 곳에서 침대에 누워 잤다고 생각하니 정신적으로 보통 황폐한 게 아니구나 했다. 현관부터 베란다로 이어져 화장실까지 쌓였다"라며 심각한 상황임을 알렸다.
쓰레기 더미 속에 사는 준서 씨의 건강도 걱정이다. 어머니는 "죽을까 봐 걱정된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언제 잘못될 지 모르니 매일매일 생사가 우려된다. 오늘은 살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는데 읽으면 살아 있는 것 아니냐. 저번에는 한 달 동안 메시지를 안 읽어 걱정했다"라고 말했다.
준서 씨는 미국에서 돌아온지 1년 만에 집에서 나갔다. 처음에는 연락도 되고 만남도 가졌지만 2년 전부터는 연락도 차단하고 만남도 거부했다. 준서 씨가 미국 유학을 선택한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동생은 "많이 맞았더라. 뺨도 맞고 남자 선배들이 때렸다고 하더라. 1년 내내 뺨도 맞고 얼차려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아버지는 "음대 선배들이 매일 저녁마다 집합시켰다고 한다. 군대 문화가 있었다고 하더라. 굉장히 예민해 폭력에 민감한데 그걸 못 견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됐다"라고 거들었다.
뉴욕 생활 당시 그를 안 지인들은 "다른 유학생과 안 다녔다. 조용하고 외로운 느낌이었다", "물가도 비싸서 힘들어했다. 원래 말랐는데 더 마르고 힘들어 보였다", "하루에 한 끼 햄버거를 먹었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아버지는 "마지막 학비, 생활비를 보내줄 돈이 없었다. 어느 날 정밀진단을 했는데 의사가 암일 수 있다고 하더라. 속으로 암에 걸리길 바랐다. 암 보험에 가입돼 있어 그걸 받으면 아들의 마지막 학비를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갑상선암이라고 하는데 너무 기분 좋았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태경 서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완벽주의적이고 성취욕도 강하고 그 욕구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성실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섬세하고 예민하다.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큰 의미부여가 된 사람인 것 같다. 전반적으로 민감도가 높은 사람이다"라고 분석했다.
아버지는 "미국에 있을 때 우울증이 있었다고 하더라. 치료하러 대학 병원에 간다고 했다.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너무 과하게 마약성 약도 넣고 한 두알로 해결될 것을 몇 알 먹게 했다고 했다. 심장 부정맥도 오고 몸이 망가졌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퇴원 후 일상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연락했다. 아버지는 "심장박동이 갑자기 멈춘 거다. 그때부터 투병을 시작했는데 브루가다 심장 질환이라고 판명했다. 심장박동이 갑자기 멈추는 거다"라고 회상했다.
준서 씨는 심장에 이상이 생긴 뒤 첼로 연주도 뜻대로 되지 않자 급격히 흔들렸다. 아버지는 "엄마와 트러블이 한 번 있었다. 엄마도 너무 답답하니 애 가슴을 울면서 막 치고 있는 거다. 엄마 대신에 때려주겠다고 어깨를 몇 번을 쳤다. 그게 큰 상처가 된 것 같다"라며 미안해했다.
준서 씨는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아들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다. 당시 잘못된 약물 처방이 심장병의 원인이라며 의료소송에 매달렸다. 2년을 준비했지만 패소했다. 이후 소통을 완전히 차단했다.
어머니는 "빨리 심장박동기를 안 달면 언제 급사할지 모른다. 그런데 말을 안 듣는다"라며 걱정했다.
음식 배달원이 준서 씨 집에 음식을 놓고 갔다. 준서 씨가 문을 열어 문앞에 놓인 음식을 가지고 들어갔다. 건물관리인은 부모에게 문자를 준다고 한다. 배달 내역에는 까다로운 요청 사항이 있었다. 각종 건강 식품을 연달아 주문했다.
동생은 "형에게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받았다. 2, 3년 전부터 형이 내게 갑자기 '부모님에게 잘하라', '그동안 잘못했다'라고 사과하는데 오히려 무서웠다"라고 고백했다.
준서 씨는 문앞을 찾아온 아버지에게 '아빠 천국에서 봤으면 좋겠으니 기도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준서 씨는 관리인에게 연락해 며칠 째 물이 새고 있냐며 빨리 봐달라고 요청했다. 제작진은 준서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 짧은 머리에 다소 마른 듯한 모습이었다. 방의 상태는 이전과는 달리 조금 덜 지저분했다. 타인과의 대화에 크게 무리가 없었고 건강도 더 악화된 것 같지 않았다.
지난 10월 아들의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왔다. 주민센터 직원들과 준서 씨를 찾아갔다. 문이 열리고 준서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는 더 참지 못하고 아들을 향해 다가서 "아빠다"라고 불렀다. 아버지를 발견한 준서 씨는 곧바로 문을 닫았다.
준서 씨는 자신을 간절히 부르는 아버지에게 "말하기 힘들어"라고 했다. "아빠 말 안 할테니 편지만 좀 받아달라"고 애타게 말했다. 준서 씨의 부모는 밤새 손편지를 썼다고 한다. 준서 씨는 "아까 봤잖아요. 음료수나 가져가세요"라고 했다.
아버지는 "한 5미터 떨어져 아들을 쳐다봤다. 아들 얼굴이 보고 싶었다. 얼굴만 보면 되니 얼굴만 봤다. 아들 집 문앞에 보니 생수와 음료수 몇 개를 받침대에 얹어 놓고 필요하신 분 가져가라'고 적은 것 보셨냐. 아들이 물을 가져가라니까 가져와 마셨다"라며 울먹였다.
아버지는 "8년 동안 신발을 신어본 적 없었을 거다"라며 아들이 밖으로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발을 구입해 문 앞에 두고 왔다. "엄마 아빠는 절대 널 포기하지 않을 거다. 너도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라고 간절하게 당부했다.
이후 제작진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준서 씨 집을 방문했다. 경계심을 드러낸 준서 씨는 "6년 정도 여기 살았다. 질병이 있는데 많이 아프다. 불치인 것 같다. 오래 못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장 쪽에 문제가 있는 거니 죽을 수도 있다. 불안하지만 현실인데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솔직히 무섭다. 죽음이 계속 자는 상태이니 갑자기 큰 병에 걸려 죽는 것 자체가 두렵다. 아프게 된 계기가 옛날 의료사고가 있었다. 마음이 힘들었다. 내가 하던 걸 못하게 됐다. 지금은 죽으면 끝이 아니다. 나중에 천국에서 하면 되니까"라고 속내를 고백했다.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준서 씨의 첼로룰 수리해줬다. 준서 씨 동생이 첼로를 찾으러 왔고 희망적인 미래를 바랐다.
사진=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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