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붕괴' 꺼낸 WP "한국, 27년전 참사 겪고도 배운 것 없나"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한국이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겪고도 비슷한 참사 발생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WP는 4일(현지시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1995년 삼풍 붕괴의 유령을 소환하다’ 제하 기사에서 “한국이 삼풍 이후 30년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WP는 1995년 502명이 숨진 상품 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해 “현대화의 열망 속에 건설업자와 공무원들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한국이 초고속 경제성장 중에 무엇을 용인해왔는지 드러내 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삼풍백화점에는 사고 직전까지 붕괴 조짐이 차고 넘쳤는데도 백화점 경영진이나 관련 당국 공무원들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또 사고 이후에는 사회 지도층이 연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서 당시 건축물 안전에 대한 정부 감독이 강화되고, 과실치사에 대한 처벌 강도가 세지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다고 했다.
WP는 이런 배경에서 150여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도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삼풍 참사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에 경종을 울렸다면, 이태원 참사는 한국이 문화 중심지로서 전 세계에 존재감을 떨치던 중에 발생했다고 WP는 분석했다. 참사 장소였던 이태원이 바로 한류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것이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학 교수는 이번 참사에서 20여 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는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 ‘쿨’한 것이 있다”며 “하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책임감은 갖추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안타깝다”고 말했다.
WP는 참사 발생 전부터 위험이 예고됐다는 점도 붕괴 조짐이 많았던 삼풍 당시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군중 충돌이 심각해지기 몇시간 전부터 긴급전화가 쇄도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며 “경찰 측은 이태원에 약 10만명 인파가 쏟아질 거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137명 경찰을 배치했다고 비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대응도 과거와 달라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두 참사 모두 ‘손댈 수 없다’, ‘무책임함’의 수준을 가정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그 대가로 인간의 생명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모든 비극이 얼마나 예방 가능했는지를 깨닫는 것은 너무 슬프고 특히 유족들은 분개할만하다”고 말했다.
WP는 “이태원 참사로 한국이 또다시 낯설지 않은 유령과 마주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5일 오후 6시 기준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97명이다. 부상자 197명 중 중상은 33명이고 경상은 164명이다.
사망자 156명 중 내국인은 130명, 외국인은 26명이다. 이중 내국인 129명, 외국인 17명 등 총 136명에 대한 발인·송환이 완료됐다. 나머지 1명은 빈소 안치, 9명은 송환 대기 중이다.
부상자 197명 중 24명은 입원 중이며 173명은 귀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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