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천지 속 ‘펑’ 소리 … 생환 광부 “희망 없다고 생각해 한참 울어”
초기 3일 커피믹스로, 이후 떨어지는 물로 연명
건강 회복 속도 빨라 … “수일 내 퇴원 예상”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봉화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된 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2명의 광부가 무사히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북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주치의)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의 정신적, 육체적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평소에 상당히 체력이 좋았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봉화 광산 매몰 사고 열흘째인 전날(4일) 밤 고립됐던 작업반장 박모씨(62)와 보조 작업자 박모씨(56)가 갱도 밖으로 걸어나오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수직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한 사고로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생환했다.
사고 당시 두 사람은 탈출을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우선 출구를 찾기 위해 갱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큰 암석으로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작업반장 박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절박한 마음에 괭이를 들고 눈에 보이는 암석을 10m 정도 파나갔지만, 뚫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가지고 있던 화약 20여개를 이용해 두 번에 나눠서 발파도 시도했지만, 그 정도 양으로는 암석 일부만 툭 떨어져 나가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는 발파 시도가 또 다른 고립자나 구조 중인 사람들에 피해를 끼치진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고 한다.
결국 두 번의 발파에도 탈출을 위한 구멍을 만들지 못한 두 사람은 위쪽으로 올라가 다른 출구를 찾기 위해 사다리를 이용하며 암벽등반을 시도했다. 또 갱도 내에 있던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생존 반응을 보내기 위해 모닥불을 피워 보기도 해봤지만 갱도 밖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시간이 흘러 극적 구조가 이뤄진 당일(4일) 밤은 두 사람이 희망을 점점 잃고 있던 와중이었다. 박씨는 "기력도 떨어지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소진돼 갔다"며 "구조된 날 점심쯤 처음으로 '우리 희망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을 했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사람이 소지하고 있던 헤드 랜턴의 배터리가 소모되기 직전에 이르렀다. 박씨는 "랜턴 두 개 모두 불빛이 깜빡거리면서 꺼지려고 했다"며 "이제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회상했다.
불안감이 커지고 희망이 사라질때 쯤 암흑천지 속 박씨의 귓가에 폭파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순간 구조될 수 있겠단 생각을 갖게 된 박씨는 동료 박씨와 근처로 대피했고, 119 특수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확보된 통로를 통해 스스로 걸어서 탈출할 수 있었다.
당초 이렇게 늦게 구조될지 몰랐던 두 사람은 처음에 갖고 있던 커피믹스 30봉지를 3일에 걸쳐 식사 대용으로 먹었고, 이후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무사 구조된 이들은 안동병원 일반 병동 2인실에 함께 입원해 영양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 과장은 "(두 분이) 처음 오실 때는 체온이 떨어지고 온몸에 근육통을 호소하셨다"며 "근육 손상이 경미하게 왔는데 회복 중인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이지만 3~4일 만 구조가 더 늦으셨으면 아마 생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통해 두 사람의 건강 상태를 지켜볼 계획이다. 우선 식사는 죽부터 소량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방 과장은 "장시간 금식된 상태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이 들어가면 대사 장애가 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장기간 빛에 노출이 안 됐기 때문에 햇빛에 갑자기 노출이 되면 망막이나 각막에 손상이 오기 때문에 3일 간에 걸쳐서 서서히 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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