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최악의 가뭄, 케냐에서 야생동물 줄줄이 폐사

김현정 2022. 11. 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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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케냐에서 9개월 동안 코끼리 205마리가 폐사하는 등 야생동물들의 떼죽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케냐의 우기는 매년 3~5월과 11~12월인데, 벌써 수년째 우기에도 필요한 만큼의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극심해진 상황이다.

케냐의 관광업은 국가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며,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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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205마리, 멸종위기종 그레비얼룩말 40마리 이상 숨져
GDP 10% 차지하는 관광업에도 악영향
케냐에서 가뭄으로 숨진 기린 사체.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케냐에서 9개월 동안 코끼리 205마리가 폐사하는 등 야생동물들의 떼죽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같은 날 열린 페니나 말론자 케냐 관광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말론자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2~10월 케냐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가뭄으로 코끼리 205마리가 죽었다고 밝혔다.

케냐 관광부에 따르면 케냐에는 지난해 기준 약 3만6000마리의 코끼리가 있다. 코끼리 외에 같은 기간 동안 와일드비스트(누) 512마리, 얼룩말 381마리, 기린 12마리, 버펄로 51마리도 목숨을 잃었다. 멸종위기종인 그레비얼룩말 역시 3개월 새 40마리 이상 숨졌다. 그레비얼룩말은 얼룩말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며, 줄무늬가 조밀한 것이 특징이다.

말론자 장관은 "가뭄으로 야생동물, 주로 초식 동물이 많이 죽었다"며 "이들은 먹이 고갈과 물 부족으로 숨진 것"이라고 밝혔다. 초식동물인 코끼리 성체는 하루에 136㎏의 풀과 189ℓ의 물을 필요로 한다. 동물들의 사체를 육식동물들이 먹어 치웠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실제 폐사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케냐의 우기는 매년 3~5월과 11~12월인데, 벌써 수년째 우기에도 필요한 만큼의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극심해진 상황이다. 지난 8월 말 세계기상기구(WMO)는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이 5번째 연속으로 비가 내리지 않는 우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케냐를 비롯해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동아프리카에 산발적인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기상 당국은 앞으로 몇 달 동안 평균 이하의 강수량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케냐의 야생 동물 서식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요 관광 명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관광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케냐의 관광업은 국가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며,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

가뭄에 의한 피해는 야생동물은 물론 가축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올여름까지 에티오피아와 케냐, 소말리아에서는 7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죽었고, 가축에 의존해 살아가는 아프리카 주민들 역시 심각한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됐다. 과학자들은 화석 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난 결과로 이 지역 가뭄이 더욱 심각해지고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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