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돕는 변호사, 지원하는 후원자... 어떤 사람들일까

김성호 2022. 11. 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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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후원자들의 만남 '공감, 열다'

[김성호 기자]

▲ 공간, 열다 행사 사진
ⓒ 김성호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 이 단체를 아끼지만 모두 이 단체의 쓸모가 다하여 필요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겨울이 조금씩 가을과 힘겨루기를 벌이는 5일 정오께, 금빛 은행잎 떨어지는 창덕궁 길 곁 한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어르신까지, 한 눈에 보기에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카페에 들어섰습니다. 이들에겐 한국인이란 점 말고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그 점이 이들을 한 곳에 불러 모은 것이었죠.

이날 카페에선 한 단체의 행사가 치러졌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고, 카페를 찾은 이들은 이 재단의 후원자들이었습니다. 지난 2004년 출범한 공감은 올해로 19년을 맞은 단체입니다. 이주노동자와 가정폭력 피해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취약계층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공익변호사단체입니다.

돈과 권력을 좇는 이들보다 인권과 공익을 앞세우는 법조인이 여전히 부족한 현실에서 공감이 맡아온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아마도 공감을 후원하는 이들 사이엔 사회적 약자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걸, 한국의 법에 여전하고 분명한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공익변호사들과 후원자들이 만나다

이날 행사는 공감의 여러 변호사들이 나서 지난 3년의 활동을 소개하는 것부터 치러졌습니다. 후원회원들과 매년 만나던 이 단체는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한동안 자리를 갖지 못하다 3년 만에 자리를 마련한 터였습니다. 때문에 오랜 후원자들 중에선 자리에 참석한 변호사를 처음 보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들 중 몇은 공감과 함께한 지 1년 남짓한 새 동료였기 때문입니다.

사회를 맡은 김지림 변호사는 후원자들 앞에 사진 하나를 내보였습니다. 사진엔 다리와 손을 등 뒤로 묶은 뒤 이를 다시 줄로 연결하고 머리엔 헤드기어를 씌워놓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새우꺾기라 불리는 고문으로, 출입자관리법 위반으로 외국인보호소에 갇힌 피해자에게 자행한 가혹행위 사진입니다. CCTV를 통해 확보된 영상자료 덕에 이 난민신청자는 구금상태에서 풀려나게 되었지만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이 같은 일이 자행됐다는 사실이 충격을 던졌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 일어나고 있다고 상상하실 수 있을까요?"라며 "독재정권에나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던 일이 사각지대에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현실에 대응하려 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호소에 갇혀 있는 걸 한국 법은 보호라고 부릅니다. 정해진 기간 없이 난민인정을 받거나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하지 않는 동안 보호라는 이름으로 보호소 내에 난민신청자를 구금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공감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형법을 위반할 경우 정해진 기간 동안 자유를 박탈하는 데 반해 행정법을 위반한 외국인을 무기한 구금하는 것이 헌법에 반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 공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 공감
 
마음과 마음이 닿아 일으키는 변화가 있다

이 밖에도 참석한 여러 변호사들은 각기 맡은 사건을 하나씩 설명하며 후원자들의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개중에선 파업을 하다 손해배상소송을 당해 노동조합원들이 막대한 빚을 지게 되는 사례, 지적 장애인들에게 가해지는 편견에 대한 문제, 환경문제도 언급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저는 이 단체를 비롯해 몇몇 공익단체를 후원해오고 있지만 그 이전까진 어떤 마음으로 후원을 하는 것인지 좀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이 어떤 생각으로 하고 많은 단체 중 공감을 선택해 후원하고, 또 제 월급의 일부를 갈라 누구인지 모르는 이들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것인지도 궁금했습니다. 이 자리는 얼마간 그런 의문을 풀어주는 자리였죠.

누군가는 난민이나 환경 같은 특정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마음이 닿았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뉴스 인터뷰를 보고 감동하여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나 아닌 남을 위해 일하는 단체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성원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한 사람은 어느 다큐멘터리를 통해 단체를 처음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는 하루하루 제 삶을 위해 살고 있는데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대단하다 생각했다"며 "지금도 마음의 빚이 있는데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내가 아닌 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많은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다른 누구에게 닿고, 그 마음이 또 다른 누구를 일으키는 과정이 인간은 진실로 혼자만은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합니다. 마음이 몸 밖으로 나아가 무엇을 변화하게 한다는 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인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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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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