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꽉꽉’ 지방은 ‘텅텅’ … 두려운 일상의 ‘인구 과밀’

황수미 2022. 11. 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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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준 서울 인구밀도 1㎢당 1만5699명
면적 11.8% 수도권에 韓 인구 절반 거주
비수도권, 일자리 양극화·청년 이탈로 소멸 위기 ↑
지난해 11월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aymsdream@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일상 속 과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대부분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상이 된 밀집 상황에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일각에선 수도권 지역으로 쏠린 대한민국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참사로 인구 과밀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는 현장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던 탓에 위험성을 간과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줄리엣 카이엠 미국 재난관리 전문가는 CNN에 "서울 시민들은 밀집 공간에 익숙하다"며 "이러한 성향 때문에 거리가 인파로 가득 찬 상황에서 경각심을 크게 느끼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한국은 인구가 수도권에 편중돼있고 그 안에서도 교통 등이 발달해 한 공간에 운집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우리는 어느새 그런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 서울 인구밀도 부산의 4배 수준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5699명이다. 인구밀도는 일정지역 내의 인구를 해당 지역의 면적으로 나눈 수치로, 지역 내에 거주하는 인구의 과밀한 정도를 나타낸다. 두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부산(1㎢ 당 4320명)과 비교하면 서울엔 4배 더 많은 수준의 인구가 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인구는 약 2602만명으로, 전체 인구(약 5164만명) 중에서 50.4%에 이른다.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쏠려 있는 것이다.

좁은 면적에도 인구가 몰리는 데는 지역 일자리 양극화와 수도권 중심의 인프라 등의 영향이 있다. 앞서 비수도권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축이라 불리던 제조업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역 일자리 상황이 악화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의 이탈로 이어졌다. 또 교육이나 일자리, 의료, 문화 등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인구 이동의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감소해오던 수도권 인구 순유입 규모는 2015년을 저점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청년층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2010년대(2010년부터 2019년)에 수도권으로 유입된 20대 청년층은 60만명이 넘는데, 이는 전체인구 유입 규모(20만명)의 약 세 배 수준이다. 이들은 대부분 낙후된 농어촌이나 산업 쇠퇴 지역에서 세종시 등 수도권 신도심 지역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2000년 전체 인구 대비 34.5%를 차지하던 비수도권의 청년인구 비율은 2019년 24.6%로 감소했다.

◆ 소멸위험지역 113곳 … 대부분 비수도권

갈수록 증가하는 청년층의 이탈로 지방소멸 위기까지 커지는 추세다. 지방소멸은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2014년 당시 그는 일본의 인구 변화 추계를 바탕으로 약 30년 후 인구가 절반 이상 감소하는 시·정·촌이 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현지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국내에서도 이를 토대로 한 지방소멸위험지수 측정이 이루어졌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을 말한다. 이 지수가 낮을수록(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고령인구보다 적을수록)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으로, 약 30년 뒤엔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 구체적으로 지수가 1 이하인 지역은 소멸주의지역으로, 0.5 미만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소멸위험지역은 113곳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2005년 33곳에 불과했던 해당 지역은 2015년 80곳, 2020년 102곳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같은 소멸위험지역의 대부분이 비수도권에 있다는 점이다. 도·광역시별로 보면 경북(19곳), 전남(18곳), 강원(16곳), 경남(14곳), 전북(12곳), 충남(11곳) 순으로 소멸위험지역이 많았다. 특히 사라질 위험이 매우 높은 소멸고위험지역은 전남이 고흥·신안·보성·함평·곡성·구례·강진·장흥·진도·완도군 등 10곳에 달했다. 이어 경북(군위·의성·봉화·청송·청도·영덕·영양·고령·성주군) 9곳, 경남(합천·남해·산청·의령·하동·함양·고성군) 7곳 등으로 나타났다.

경남 함안군 함안면 파수리 농가에서 농민과 경남도청 공무원이 감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인재 분산·일자리 환경 개선·취약계층 보호 강화 등으로 지역균형 발전 이뤄내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지역의 쇠퇴와 청년 이탈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진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와 자생적 대응전략' 이슈 분석을 통해 "인구 감소에 의한 수요의 감소는 생활의 편리성을 악화시키며, 이는 지역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인구 이탈 등에 따른 수요의 감소를 겪는 지역은 교통·의료 등 상업 및 공공시설이 감소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만한 기업 유치도 어려워진다. 이는 곧 새로운 인구의 유입을 막아 지역 발전의 저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게 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도 "지방소멸 위험이 양적인 확산 단계를 넘어 질적인 심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일자리와 관련된 구조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해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선 인재의 분산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구상기능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핵심 연구개발 인력이나 전문직 등이 지역에서 일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 중소기업과 대학의 혁신, 공공 및 민간 연구소의 확대 등을 통해 지역 인재가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 내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통합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원·하청 협력구조의 개선, 중소기업 작업장 혁신, 비전형근로에 대한 보호, 산업안전 강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욱 취약한 지역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중앙과 지역 모두에게 개방적인 자세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앙정부는 지역의 역량이 부족해서 권한을 줄 수 없다는 편견을 버리고, 지역의 역량이 축적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역도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하기보다는 외부의 역량과 자원을 잘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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