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된 광부들 곁엔 '이 것' 꼭 있었다...'기적의 생환' 법칙
'갱도 물' '계획성 있는 섭취' '생존 의지'
봉화 광산처럼 국내외엔 광산 매몰자들이 기적적으로 생환한 생존 사례가 더 있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구리 광산에서 33명의 광부가 매몰됐다가 69일 만에 생환했다. 구조 기술이 뛰어나지 않았던 1967년엔 충남 청양 구봉금광에서 매몰 광부가 16일 만에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기도 했다. 또 1982년 강원도 탄광에서도 매몰 광부가 재난 사고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넘겨 구조됐다.
이들 광산 생환 사례에는 ‘갱도 물’ ‘생존 의지’ '계획성 있는 섭취'라는 공통된 생존법칙이 있었다.
봉화 광산 매몰자 2명은 작업에 챙겨갔던 커피믹스와 물을 조금씩 나눠 계획적으로 섭취하며 버텼다. 물이 부족해지면 갱도 위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모아 마셨다. 생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듯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면서 한순간도 생존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33명의 칠레 광부 역시 이 생존법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이들은 지하 700m 어둠 속에서 69일을 머물면서 소량의 비상식량을 조금씩 나눠 계획적으로 먹으면서 버텼다. 서로 이야기를 하며 격려했고, 식수 역시 봉화 광산처럼 갱도 물을 바가지 등에 받아 나눠 마시며 고난의 시간을 이겨냈다고 한다.
1967년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 지하 125m의 갱 속에 갇혔다가 16일 만에 구출된 양창선씨는 혼자 매몰된 상태였다. 양씨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이면서 버텼다. 많이 마시면 체내 염도가 너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하루 맥주 컵으로 한 컵 정도만 마셨다고 한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 3일까지는 통증이 대단했으나 그 이후는 별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힘이 빠지면 누워 있다가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군에 있을 때 해병대에서 통신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망가진 군용 전화기를 이용, 갱 밖과 간신히 연락했다.
양씨의 전화 연락이 성공해 ‘생존’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섰다. 미국 전문가들도 구조작업에 참여했다. 사고 당시 1m75㎝, 62㎏이었던 그의 몸은 구출 순간 45㎏에 불과했다. 그러나 양씨는 “땅 위로 나올 때 걸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적의 생환을 만든 1982년 강원도 태백 탄광의 매몰 광부 4명 역시 14일간 갱 안에 갇혔지냈지만, "꼭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서로 격려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갱목 껍질로 굶주림을 달래고, 서로의 몸을 밀착시켜가면서 추위를 버텨 결국 생환했다.
한편 5일 봉화 매몰 사고 현장에는 구조자 B씨의 친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고마움 전하고 싶다”며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빚진 마음으로 항상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B씨 친형은 앞서 구조 전날인 4일 B씨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는 너를 생각하면 참으로 고통스럽다. 지금도 너를 구조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조하고 있다”고 썼다. “고통스럽지만 살려고 하는 의지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살아서 돌아와야만 한다”고 적었다. 이 편지는 구조 당국이 시추한 공간이 있는 지하 170m 지점으로 보내졌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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