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 생태계 괴멸된 금호강, 이곳부터 살려야
[정수근 기자]
▲ 왼쪽에서 금호강이 오른쪽에서 달서천이 흐른다. 북부하수처리장에서 염색산단의 오폐수를 정화해서 달서천으로 내보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금호강과 달서천이 만나는 합류부 . 강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강물은 맑다. 그러나 강바닥엔 생명의 흔적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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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다시 금호강을 찾아 물길을 걸었다. 이번엔 달서천 합류부부터 하류 2㎞를 걸었다. 왕복 4㎞다. 달서천은 산업화 시절 금호강으로 염색산단에서 방출되는 폐수를 담아오는 수로로 기능을 했다. 금호강보다 더 지독한 시궁창 하수구로 전락한 나날이었다.
▲ 금호강의 아침. 태양이 서 있는 저 앞으로 달서천이 보인다. 이 일대는 모두 모래톱이다. 강 가운데 작은 모래섬이 만들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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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바닥의 모래톱이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맑다. 그런데 생명의 흔적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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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달서천에서 내려오는 강물과 만나는 금호강 구간이기에 금호강의 강물도 아주 맑았다. 강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다. 강바닥은 거의 모래밭이었다. 황금색 모래톱과 강물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강물은 맑은데 강바닥에 생명의 흔적이 없다. 상류에서 그렇게 흔하게 보였던 조개류들이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죽은 폐각만 한두 개 봤을 뿐 살아있는 조개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 강바닥에 부착주류 사체들이 즐비하다. 고인 물터에서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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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몰개 한 마리가 아직 죽어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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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흔적은 금호대교를 지나고 와룡대교를 지나서까지 보이질 않았다. 그런 이유로 물고기들도 잘 볼 수 없었다. 덩달아 새들 또한 많이 보이질 않는다. 생명이 사라진 강의 모습을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역시 달서천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달서천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에 중금속 등의 치명적 성분이 남아있을 수 있고, 아직도 몰래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몰상식적인 행태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
▲ 하수종말처리장의 최종 처리수가 방류구를 통해 달서천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이 물의 수질 분석이 필요해보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달서천 바닥의 바위에서는 부착조류들이 덕지덕지 붙어 자라고 있다. 아직도 이들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상당히 많다는 증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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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해야 할 일은 뜬금없는 '금호강 르네상스'란 금호강 개발사업이 아니라, 지금 금호강에서 시급히 필요한 이런 수질조사를 통한 금호강 회생을 위한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생명이 침묵하고 있는 이런 구간은 없도록 만드는 것이 대구시장이 금호강에서 해야 할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 말조개로 보이는 녀석이 뻘밭에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살아있는 조개를 달서천 합류부 하류 2킬로미터 지점서 비로소 만났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강바닥에서 다슬기까지 목격된다. 반가웠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처럼 강은 흘러가면서 스스로를 정화시킨다. 자정작용이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금호강이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이유가 바로 흐름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낙동강이 지금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는 바로 흐름을 거세당했기 때문이다. 흐르지 않고 고인 강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실이다. 강에서 흐름은 그만큼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하천 둔치는 야생생물의 집, 무분별한 개발은 멈춰야
▲ 버드나무 군락과 초지로 구성된 하천 둔치. 야생생물들의 서식처로 기능을 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하천 둔치는 이런 이유로 중요한 생태적 거점이다. 그런데 이런 하천 둔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대구시나 관할구청에서 이 둔치를 개발해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장과 축구장 같은 각종 체육시설에 주차장 그리고 최근엔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는 파크골프장들이 금호강 둔치에 집중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 좌안 둔치엔 이미 축구장과 각종 체육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이미 많이 개발됐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구 북구청에서 금호대교와 와룡대교 이 사이 광활한 공간(가로 800미터, 세로 100미터)을 전부 독점해 야구장과 파크골프장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대구지방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막 공사의 첫 삽을 뜨려 하고 있었다.
▲ 금호대교와 와룡대고 사이 둔치 모두 이들 체육 시설들로 개발하겠다는 대구 북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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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하천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친절하게도 하천점용허가도 내어주었다는 입간판이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양 공사 부지 앞에 위세당당하게 놓여 있다.
▲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친절하게도 내어준 하천점용허가. 하천 개발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런 개발 사업을 막아야 할 환경부가 오히려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주고(대구지방환경청), 하천점용허가를 남발하면서(낙동강유역환경청) 개발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환경부로서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의 이런 엉터리 행정은 금호강 곳곳에서 목격된다. (관련 기사 : 환경부는 아름다운 팔현습지서 왜 이런 일을 ... '국민 배신')
▲ 수달의 배설물. 곳곳에 수달의 흔적이 보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도 목격됐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아니나 다를까, 이 일대에서 멸종위기종 1급 야생생물인 수달의 흔적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도 목격됐다. 이곳이 개발되면 이들 멸종위기종들을 비롯한 야생생물들은 어디서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처럼 인간의 개발행위는 이들 마지막 남은 야생의 구간까지 탐을 내고 있고, 속속 침투하고 있다. 이것은 지나친 욕심이자 탐욕이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
야생생물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은 이들 야생생물들에게 남겨주고 돌려줄 필요가 있다. 하천 둔치에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이들 각종 인간 편의 시설들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 이 아름다운 금호강을 지켜야 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이런 공간은 지켜져야 한다. 하천둔치는 야생생물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그들의 집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그렇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마저 탐욕적으로 약탈할 것이 아니라, 야생생물이 그곳에서 편히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따라서 하천 둔치를 더 이상 손대지 말고 인간은 멀리 제방에서 그 아름다운 하천숲을 감상하고 그곳에서 야생생물들이 평화로이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족한 것이다. 그것이 만물의 영장이 해야 할 도리이다.
[관련 기사]
홍준표 시장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홍준표 시장님, 금호강 르네상스보다 여기가 먼저입니다
홍준표 시장님, 금호강 생명의 소리가 안 들리시나요?
글자만 가져온 금호강 르네상스 ...이래서 반대한다
금호강 수달의 간절한 외침 ... 홍시장님, 그냥 놔두세요
홍준표 시장님, 이 두 개 중 어떤 걸 택하시겠습니까
대구 금호강 큰 바윗돌 들었더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5분의 짧은 만남, 금호강서 만난 '청소년 고라니'가 전한 말
흙탕물 콸콸 금호강, 홍준표 시장님, 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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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우리 강들을 탐사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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