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재현한 김현식... 모창자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김상화 2022. 11. 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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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히든싱어> 최신 기술로 김현식 목소리 추출 성공

[김상화 기자]

 
 지난 4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김현식 편의 한 장면.
ⓒ JTBC
 
원조가수와 모창능력자의 피할 수 없는 대결, JTBC <히든싱어7>이 마지막 경연 가수로 소환한 인물은 故 김현식(1958~1990)이었다. 1980년대 TV 외엔 이렇다한 홍보 수단이 없었던 시절 공연 현장과 라디오만으로 자신의 작품을 널리 알려왔던, 한국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컬리스트를 위해 <히든싱어7>은 그의 32주기를 맞아 무대를 마련했다.

그동안 <히든싱어>에선 김광석, 신해철 등 우리 곁을 떠난 음악인들과의 경연을 마련해왔던 터라 김현식 편 역시 이러한 기획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번 방영분은 기술적인 난제 때문에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종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김광석과 신해철은 각각 1990년대~2000년대 활동했던 터라 멀티 트랙 작업으로 녹음된 원본 음원에서 원조 가수의 목소리만 따로 추출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를 풍미했던 김현식의 작품은 워낙 예전 녹음이다보니 그동안 기술적 문제로 인해 제작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AI 관련  음원 분리 프로세싱 작업이 가능해지면서 30년 이상 지난 음반에서 따로 뽑아내는게 가능해졌고 이제서야 김현식 편이 제작될 수 있었다. 

AI 기술로 분리해낸 김현식의 목소리
 
 지난 4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김현식 편의 한 장면.
ⓒ JTBC
 
원조가수가 없는 경연이다보니 부득이 예전 자료 화면, 그리고 김현식과 함께 활동했던 음악 후배들인 김종진(봄여름가을겨울), 권인하의 추억담을 중심으로 이날 <히든싱어7>을 빈자리를 메울 수 밖에 없었다. 생전 발표했던 그의 작품 중 가장 명반으로 손꼽히는 정규 3집(1986년) 작업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김종진은 "날씨가 쌀쌀해지면 더욱 그리워진다. 같이 무대 했을 때가 떠오른다. 뭉클하면서 묘한 기분이 든다"라고 이야기한다.  

역시 김현식의 마지막 시기를 함께 보냈던 권인하 역시 "1988년 경 몸이 좋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그 힘든 몸으로 녹음실을 향해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왜 저렇게 일찍 갔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고인을 회상했다. 그리고 원조가수는 비록 자리에 없지만 최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복원된 김현식의 목소리는 일반인 참가자들과 치열한 경연에 돌입했다.

1라운드에서 선택된 노래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 발매된 유작이자 6집 음반(1991년)에 수록된 '추억만들기'였다. 많은 이들에겐 노래방 애창곡으로 불리울 만큼 긴 생명력을 지닌 이 곡의 경연 부터 객석은 점점 혼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워낙 음반 속 목소리에 근접하게 노래하는 모창 능력자들이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변 없는 원조 가수의 우승
 
 지난 4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김현식 편의 한 장면.
ⓒ JTBC
 
1번방에 었었던 첫번째 탈락자와 김현식은 큰 표 차이가 없었기에 자칫 원조가수 최초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2라운드에선 발라드 명곡 '비처럼 음악처럼'이 선택되었다. 당시 녹음에 기타 연주로 참여했던 김종진은 호언장담하며 "제가 틀릴 경우 회사에 보관중인 '봄여름가을겨울 LP' 5장을 풀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진짜 김현식의 목소리라고 확신했던 4번방에서 모창 능력자가 등장하자 또 한번 사람들 놀라게 만들었다.

3라운드의 미션곡은 역시 6집에 수록된 '사랑 사랑 사랑'이었다. 이날 경연곡 중에선 비교적 경쾌하면서 비트가 강한 작품으로 여기서 부터 점차 원조가수와 모창 능력자 사이의 차이를 간파하는 방청객들이 적지 않았다.  가장 적은 표를 획득한 인물은 바로 김현식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최종 4라운드에 그대로 이어졌다.  

'국민가요'라 불러도 전혀 손색 없는 명곡 '내 사랑 내곁에'를 놓고 벌인 마지막 경합에서 최종 우승자는 역시 김현식이었다. 100표 중 무려 74표가 몰리면서 2위를 차지한 '초순수 김현식' 김종한씨를 여유있게 제치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가장 건강이 악화되었던 시기의 녹음임을 감안하면 단순한 모창으로는 흉내낼 수 없었던, 한편으론 안타까움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인생의 영원한 BGM
 
 지난 4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김현식 편의 한 장면.
ⓒ JTBC
 
1980년대 많은 음악팬들은 김현식의 노래에 공감하고 즐겨 불렀고 때이른 작별에 함께 슬퍼했다. 32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요즘 세대에겐 거리감이 느껴질 법한 낯선 존재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김현식의 노래는...좋은 곡이 너무 많아요"라는 권인하의 말처럼 우리의 곁엔 늘 김현식의 명곡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을때도 몰래 병실을 빠져나와 녹음실로 향했다는 그의 마지막 이야기는 자신의 삶과 음악을 맞바꾼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늘 그랬듯이 이번 <히든싱어7> 김현식 편에서도 고인의 작품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참가자들이 다수 등장했다. 가장 인상적인 모창 능력자는 준우승을 차지한 김종한씨였다. 대학 시절 통기타 치면서 김현식의 노래를 즐겨 불렀던 그는 '사랑했어요'를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 덕분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2위를 차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 인생의 구석구석마다 김현식 형님의 노래가 흘렀다. 오늘 또 다른 사연이 만들어진 것 같다. 영원히 내 인생 BGM에 (김현식이) 참여해 주면 좋겠다"

비단 김종한씨 뿐만 아니라 김현식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을 위한 인생의 BGM은 그가 남긴 수많은 명곡이 아니었을까. 반가움과 그리움, 눈물과 웃음이 교차한 <히든싱어7> 김현식 편은 그래서 더욱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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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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