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정부 책임론 일파만파… 조기 개각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한덕수 총리도 책임론 제기
'대형참사 책임' 조기 개각 가능성…대통령실 "사고 수습·진상규명 우선"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초동 대응 미흡을 두고 책임자들에 대한 경질론이 나온 데 더해 여권 일각에서도 내각 개편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무한책임'을 언급한 만큼 통상 선거 전 이뤄지는 개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5일 여권과 대통령실 일각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사고 수습 및 후속 조치, 진상조사 등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 책임자들에 대한 경질이 단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발언 논란을 비판받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장관은 경찰과 소방 등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장관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보다 상황을 늦게 파악했고, 초동대처도 늦었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정부합동 브리핑에서도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장관은 거듭 사과의 입장을 밝히고, 분향소를 조문하고 있지만,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12 신고 녹취록 공개 이후 경찰 초동 대처와 관련해 전국 경찰 수장인 윤 청장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참사 당일 경찰청 인근인 광화문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대규모 진보·보수 집회가 열렸음에도 타지역에 머물며, 잠을 자느라 사건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경질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경찰 초동대처 미흡과 관련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추모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 조사와 상응하는 책임 추궁,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경질을 시사한 바 있다.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경찰청장을 즉각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개각 요구도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수습할 능력도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한덕수 총리의 거취 표명, 이 장관과 윤 청장의 파면 등 사실상 소폭 개각을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에는 지난 2일 건국대 특강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지금 이 팀으로 그대로 국정을 이끌어가기가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이럴 때는 대통령이 정말 새로 한 번 출발해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결단을 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 총리의 경우에도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 기자회견 회견에서 농담 논란이 벌어졌고, 다음날 사과한 바 있다. 한 총리는 당시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경찰 수사에 의해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 정부의 무한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현장 동시통역 기기 음성 전송에 문제가 생기자 한 총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의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했다.
이들에 대한 경질이나 개각이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관련 조치가 마무리되면 소폭이라도 경질이나 개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개각은 통상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 단행되는 관습에 따라 윤석열 정부도 2022년 4월 총선 전인 내년 8월~12월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대형 참사가 발생한 만큼, 책임자들과 논란이 된 인사들에 대해 그냥 넘어가기에는 어렵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정부의 무한책임이라는 생각에 따라 사고 수습· 진상 규명·재발 방지를 우선하고 있다"며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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