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에 고민이라면 … 난치성 상처 치료에 ‘구더기 요법’ 다시 각광

김현정 2022. 11.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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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구더기를 이용해 난치성 상처를 치료하는 구더기 요법의 적용 사례가 10년 새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항생제 내성 증가로 상처 치료가 어려워지면서 구더기 요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더기 요법의 치료 효과와 장점을 직접 경험한 상처치료 전문 간호사들은 이 치료법을 매우 선호하는 반면, 상처치료 전문이 아닌 일반 간호사들은 구더기 치료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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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1mm 이하 구더기로 채운 티백 드레싱으로 덮고 4일간 치료
영국에서 구더기 요법 적용 사례 10년 새 50% 증가
미국식품의약국(FDA), 구더기·거머리를 ‘의료기기’로 인정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부위에 구더기를 넣어 치료하는 장면(왼쪽)과 구더기 치료 후 상처가 아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영국에서 구더기를 이용해 난치성 상처를 치료하는 구더기 요법의 적용 사례가 10년 새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항생제 내성 증가로 상처 치료가 어려워지면서 구더기 요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통계에 따르면 구더기 요법 적용 사례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 구더기로 상처를 치료한 횟수는 2008~2009년 886건에서 2018~2019년 1305건으로 50% 이상 늘어났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사우스 웨일스에 본사를 둔 바이오몬드 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NHS와 유럽 전역에 판매하기 위해 매년 수천 마리의 녹색 병 파리를 키우고 있으며, 매년 구더기로 채운 9000개의 티백을 NHS에 납품한다. 구더기 요법은 항생제로 낫지 않는 상처를 치료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쓰이는데, 크기가 1mm 이하인 구더기로 채워진 티백을 상처 부위에 올린 후 드레싱으로 덮은 다음 최대 4일 동안 방치하는 방식이다. 구더기 유충은 상처의 죽은 조직을 먹어 치우며 일부 연구에 따르면 상처를 소독하는 항균 물질을 분비해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처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분비물과 죽은 세포는 구더기에게는 좋은 먹이가 되고, 구더기의 소화 효소에는 디펜신과 세라티신 같은 항균 물질이 들어 있어 상처 치료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구더기 요법은 사람과 구더기 모두에게 도움 되는 '윈윈' 치료법이다.

구더기를 상처 치료에 활용한 역사는 오래됐다. 현대 의학에서 구더기를 상처 치료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대전부터이나, 그보다 더 오래 전인 18세기 말 나폴레옹의 주치의 도미니크 장 라레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때 구더기로 상처를 치료했다고 한다. 구더기 요법은 1940년대 이후 항생제의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최근 항생제 내성 증가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이 생기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 이 치료법은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장점도 지니고 있다. 영국에서 구더기 요법은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다.

구더기 요법에 대한 의료진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구더기 요법의 치료 효과와 장점을 직접 경험한 상처치료 전문 간호사들은

이 치료법을 매우 선호하는 반면, 상처치료 전문이 아닌 일반 간호사들은 구더기 치료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완지대의 건강 관리학 교수인 얌니 니감은 "분명 대부분의 사람은 기어 다니는 벌레에 대해 타고난 혐오감을 가지고 있으며, 구더기 요법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보다 혐오감을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며 "그러나 이는 치료법에 대한 신뢰 부족 때문이며 훈련과 교육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벌레로 질병을 치료하는 사례는 구더기 외에도 거머리가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구더기와 거머리를 '의료기기'로 인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90년대 후반 의료용 거머리를 도입해 수술 때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통증을 줄이기 위한 용도 등으로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1613년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에서도 거머리의 정혈 요법에 대해 언급했을 만큼 거머리를 질병 치료에 활용한 것도 오래전부터 이뤄진 일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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