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떨게 한 '비질런트 스톰'…'죽음의 백조' B-1B 대미 장식할까

장희준 2022. 11. 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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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구형 전투기까지 띄우며 반발
괌 배치 美 B-1B 폭격기 투입할까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 KF-16 전투기가 군산기지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제공=공군]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던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마무리된다. 당초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한미 양국은 하루 연장을 전격 결정했다.

북한은 이번 훈련이 평양 중심부를 포함,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직접 겨냥한 훈련이라는 점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훈련기간 중 북한이 쏜 미사일만 30발이 넘고, 구형 전투기까지 띄워 '시위성 비행'을 하기도 했다.

5일 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진행된 비질런트 스톰에는 우리 공군 F-35A, F-15K, 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와 미군 F-35B 전투기,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를 포함해 총 240여 대가 출격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연속적으로 중대한 도발에 나선 뒤인 2017년 12월 한미 군용기 260여대가 훈련을 벌인 데 이어 5년 만에 열린 대규모 공중훈련이다.

이번 훈련기간 북한은 미사일·군용기·담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격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훈련 사흘째였던 지난 2일 하루에만 오전 6시51분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4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지대공미사일 등 약 25발을 발사했다. 이 가운데 오전 8시51분께 강원 원산 일대에서 발사된 1발은 분단 이래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고, 미사일 진행 방향에 있던 울릉도에 최초로 공습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튿날인 3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하면서 도발의 포문을 열었다. 최고 속도는 마하 15(음속 15배)에 그치고 고도가 1920㎞까지만 오르는 등 사실상 실패로 분류됐다. 다만 2단 분리까지는 이뤄진 것으로 탐지되면서 일부 기술적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조선중앙통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ICBM 발사 후 SRBM 2발까지 쏜 북한은 한미 양국이 비질런트 스톰 기간 연장을 발표하자, 말과 행동이 더욱 거칠어졌다.

북한의 군 서열 1위로 꼽히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 "연합군의 도발적 군사 행위",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라고 연이어 비난한 것이다. 담화 직후 북한은 SRBM 3발을 발사하며 자신들의 말폭탄을 행동으로 옮겼다. 다만 이 3발은 스커드-C로 추정되는 액체연료 계통의 구형 미사일로 알려지면서, 되레 북한의 신형 미사일 재고가 부족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은 3일 심야에 강원 금강군 일대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를 어기는 포병사격 80여 발을 가한 데 이어 4일 오전 11시부터는 약 4시간에 걸쳐 군용기 항적 180여 개를 노출하며 시위성 비행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은 6·25전쟁 때 쓰이던 항공기를 아직도 운영하는 수준이라 F-35A, F-35B 등 최신 스텔스 전투기와 월등한 무장량을 자랑하는 F-15K 전투기가 몇 대만 떠 있어도 사실상 상대가 되지 않는다. 명확한 열세에도 북한은 항공기 항적을 노출하면서 한미의 공중훈련과 외형이나마 비슷한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이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한 수뇌부를 직접 겨냥하는 실전적 훈련이라는 점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질런트 스톰은 평양 중심부가 포함된 북한의 핵심표적 수백 개를 단번에 타격할 수 있도록 전투기 각각에 임무를 부여하는 공중임무명령서(Pre-ATO)를 적용, 표적 탐지와 공중 침투를 연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NLL 이남 탄도미사일 발사, ICBM 발사, 포격 도발, 군용기 시위 비행 등 다양한 북한의 도발 속에 이어진 이번 비질런트 스톰의 대미를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장식할지 주목된다. 미군은 한반도에서 2시간 거리인 태평양 괌 앤더슨 기지에 지난달 중순 B-1B 2대를 배치해둔 바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최근 도발 수위를 끌어올림에 따라 한미는 B-1B의 한반도 전개를 놓고 협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B-1B는 2017년 2월 당시 한미 연합공중훈련에도 참여한 바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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