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생환'…열흘 동안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며 버텼다

봉화 광산사고 광부들 '기적의 생환' 221시간 만에 걸어나왔다
두 광부 커피믹스 떨어졌을 땐 암벽서 떨어지는 물 마시며 버텨
구조 당국 기계소리 들리면 희망 갖고, 소리 들리지 않으면 실망
추위 피하려 비닐·나무 챙겨 천막 만들고, 모닥불 피우며 지내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10일 만인 4일 오후 11시 3분께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오고 있다. ⓒ뉴시스

경북 봉화의 한 광산에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작업자 2명은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면서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구조 당국 및 매몰자 가족들에 따르면 극적으로 구조된 조장 박모(62)씨와 보조작업자 박모(56)씨는 고립 당시 가지고 있던 커피 믹스를 밥처럼 먹고,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면서 버텼다. 이들은 구조 당국이 밖에서 구조를 위해 천공기를 이용한 시추작업 소리도 다 들었다고 한다. 시추작업 때 발생하는 기계소리가 들리면 희망을 갖고, 잠시 기계가 멈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실망을 하기도 했다.

두 광부는 자신들이 마련한 대피 장소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비닐과 마른 나무를 챙겨 천막을 만들어 바람을 피하고, 모닥불을 피우고 지냈다. 가족들 말에 따르면 조장 박씨는 구조를 기다린 곳이 입구여서 그쪽으로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에 사고 발생 때 작업하고 있었던 제1수갱 3편 작업장 인근에만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10일 만인 4일 오후 11시 3분께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뉴시스

그는 가족들에게 "(고립된 후)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발파 소리가 한 5번 정도 들려서 어딘가는 뚫리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갱도) 안에서는 시간 개념이 없었다"며 처음 가족들을 만난 뒤 "삼 일밖에 안 지났는데 왜 이렇게 많이 왔느냐"라고 물어본 것으로도 전해졌다.

조장의 아들은 아버지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아버지 첫 말씀은 '준철이 왔나?'(식구들이 부르는 이름)였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다"며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지나니까 배고픈 것도 잊고 계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같이 가셨던 분이 경험이 없다 보니 그분을 격려하며 그렇게 버텼다"고 했다.

다행히 이들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두 광부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펄(토사)이 쏟아지며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인 4일 오후 11시께 갱도 밖으로 걸어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