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사로잡은 'K-방산'…중형 잠수함·유도무기 수출길 개척

장희준 2022. 11. 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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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점유율 16.1%…美 '양강 구도' 형성
경찰 특수차량 등 현지 수출 예정
방진회, 韓전시관 차려 중소기업 지원

[자카르타(인도네시아)=국방부 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대한민국 주요 방위산업 기업들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전시회에 참여해 수출 텃밭을 다졌다. 특히 중소형 잠수함, 유도무기 등 분야에서 미래 수출을 위한 씨 뿌리기에 나섰다.

국내 19개 방산기업들은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JI엑스포 전시장에서 폐막한 이번 행사에서 육·해·공군 분야의 신기술들을 알렸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방산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시장이 동남아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방산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6.1%(2011~2020년 누적 기준)로, 2위다. 1위인 미국(17.0%)과는 종잇장 차이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승부수 띄운 대기업, 관건은 가격경쟁력 확보

강구영 KAI 사장이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I엑스포 전시관에서 열린 '인도 디펜스 2022'에 참석, 경공격기 FA-50의 축소 모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공동취재단]

올해 행사에 참가한 우리 대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조선해양, LIG넥스원, 기아, 풍산 등 5개사다.

KAI는 이번 전시회에서 경공격기 'FA-50', 초음속 전투기 'KF-21', 소형무장헬기(LAH) 기동헬기 수리온(KUH-1)을 비롯해 총 5종의 항공기 축소모형들을 선보였다. KAI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FA-50은 물론이고 헬기 등도 수출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에서 적극 홍보에 나섰다.

강구영 KAI 사장은 현장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우리 헬기를 만든 걸 보면 성능 면에선 작전이나, 안정성이나, 기동성 면에선 굉장히 뛰어나다"며 "문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강력한 원가절감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19㎡ 규모의 대형 전시부스를 차리고 잠수함 시장 개척 확대에 나섰다. 이번에는 1200t급 잠수함 DSME1200, 1400t급 DSME1400, 3000t급 DSME3000 잠수함 등을 전시했다. 호위함 DW3000F와 군수지원함 MRSS, 잠수함구조함 ASR의 축소모형 등도 선보였다.

정우성 대우조선해양 특수선본부장 전무는 "동남아의 경우 지진이나 해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해 군사작전뿐 아니라 자연재해 대응을 비롯해 비(非)군사적 임무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함정, 특히 2000t급 수준의 잠수함에 대한 요구가 크다"며 이번 마케팅의 중점이 중소형 잠수함에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LIG넥스원은 독립부스에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와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등을 전시하며 첨단 유도무기 시장 개척에 나섰다.

홍준기 LIG 아시아사업팀장은 "최근에는 단거리에 더해 중거리급 대공 유도무기에 대한 소요가 현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추세"라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에서도 전통적인 해군력 증가 움직임과 더불어 대공망 확충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요구에 따라 국가별로 다양한 전략과 특히 기술이전이나 현지 생산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전력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산은 다양한 명품 탄약류로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전시회에선 인도네시아 육군이 주력으로 구동하는 경전차 '하리마우'에 사용할 105mm 포탄 시장을 겨냥했다. 105mm 포탄은 한국과 유럽에서만 생산하는 품목이다. 김시욱 풍산 방산영업본부 수출3팀장은 "소총과 전차포, 자주포탄 모두 미국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에 충족한다"며 "무기 체계 호환성을 적극 부각시켜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을 공략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원 사격' 나선 방진회…중소기업 '선전'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지난 2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I엑스포전시관에 차린 공용 전시부스 '한국관'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공동취재단]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한층 공격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올해 인도 디펜스 행사에서 중소기업들을 위한 공동전시공간인 '한국관'의 전시 면적을 2018년 725.5㎡ 대비 약 10% 확장(798㎡)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나상웅 방진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요르단 방위산업전시회에 참석한 직후 여객기에 몸을 싣고 자카르타로 날아왔다. 그는 인도 디펜스 행사 폐막까지 현장을 누비며 우리 기업인들을 면담하기도 했다. 나 부회장은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 방산수출이 이제 일정 궤도에 올라갔고 당분간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방산수출에서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줄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 중에선 특수차량 전문기업 코비코가 독립 전시부스를 차리고 현지시장을 공략했다. 코비코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 160여대의 무장수송차량 '블랙샤크'를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수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달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폭발물 제거반 전술차량(BSTV) 3대를 수출하고, 내년 상반기 중 다목적작전차량(RMM) 17대를 수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관'에 전시공간을 마련한 12개 중소기업들도 시장개척을 위해 적극 나섰다. 이 가운데 연합정밀은 무기체계 장비 간 통신 '커넥터'와 함포 등 타격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슬립링'을 선보였다. 수성정밀기계는 K-9 자주포 등 포신을 자동으로 청소하는 포구자동청소기를 전시했다.

태경전자는 써치라이트 드론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당 드론은 150m 상공에서 약 1000㎡(300평) 면적을 조명으로 비출 수 있다. 당장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외국 방산전시장에서의 홍보 효과가 적지 않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우정보기술은 국내 예비군 훈련장 등에서 이미 적용중인 가상사격훈련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경찰과 군 특수부대 쪽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광학장비 전문기업 이오시스템은 인도네시아 국영 방산업체 'PT.PINDNAD'와 함께 한 공동전시를 통해 야간투시장비와 열영상장비 등을 선보였다. 양측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이오시스템의 고품질 전자광학장비 공급과 관련한 포괄적 산업협력협약을 맺기로 하는 등 성과도 이끌어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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