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 없고 죄송"…참사 그날 목 터져라 외친 경찰관의 눈물

지난 4일 BBC코리아는 유튜브 채널에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유튜브 채널 ‘BBC코리아’ 캡처

‘이태원 참사’ 당일 시민들을 향해 소리치며 통행 정리에 고군분투한 경찰관이 BBC와 인터뷰에서 “경찰관으로서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해 면목 없고 유족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BBC코리아는 유튜브 채널에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김 경사는 “그때 사건 현장에 계셨던 많은 시민들이 제가 소리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경찰관이든 소방관이든 시민이든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구조 활동을 펼쳤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경사는 “대한민국 경찰관으로서 제 소명을 다 하지 못했다”며 “참사 당일 이태원 파출소 전 직원들, 소방대원들, 시민분들이 모두 나서서 구조 활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분 한분의 생명이 소중하기에 유족들이 얼마나 상심이 크고 얼마나 고통받고 계실지”라며 “많은 분이 제게 연락하셔서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 가장 고통받고 계실 유족분들을 생각하면 제가 고통스러운 부분은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걱정보다는 유족분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시길 바란다”며 “저로 인해서 그분들의 슬픔과 고통이 가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지난 4일 BBC코리아는 유튜브 채널에 김 경사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유튜브 채널 ‘BBC코리아’ 캡처

이어 김 경사는 한 희생자의 어머니가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던 일화를 얘기하며 흐느꼈다.

김 경사는 “제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닌데, 저는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했는데 더 면목이 없고 죄송했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끝으로 그는 “이태원 파출소의 죄송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유족분들하고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고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도중 김 경사는 감정에 복받친 듯 말을 원활히 이어나가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시민들의 통행을 정리하고 있는 김 경사의 모습. 사진 유튜브 채널 ‘니꼬라지TV’ 캡처

앞서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니꼬라지TV’에는 “이태원 압사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한 영웅 경찰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김 경사는 시끄러운 음악과 인파로 혼잡한 거리에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말고 이동하라” “돌아가라” “도와주세요”라고 애원하며 시민들의 통행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몇몇 시민이 반대 방향으로 향하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안 돼요. 돌아가세요”라고 제지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김 경사는 더 큰 목소리로 “선생님들 도와주세요” “여러분 사람이 죽고 있어요. 다 이쪽으로.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경찰관이 목이 쉬도록 애절하게 외치는데 너무 마음 아프다” “진정한 영웅이다, 정말 감사하다” “현장 경찰관들이 정말 고생하셨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