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하다 갈비뼈 부러뜨리면…" 의인 멈칫하게한 잠자는 국회

심새롬 2022. 11.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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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후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자켓 의인(義人)’, ‘이태원 의인경찰’ 등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섰던 사람들이 뒤늦게 주목받으면서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구조한 의인이 향후 법적 책임을 지거나 개인적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은 그간 국회에서 여러 번 발의됐다.

21대 국회에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을 강화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돼있다. 응급행위 중 사망한 경우 형사책임을 ‘감면’하도록 한 현행법 규정을 ‘면제’로 고치는 게 골자다. 지난 6월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이 “응급상황에서 행하는 선의의 구조행위가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응급환자의 생명권을 보장하자”고 대표발의했다.

사상자 수십명이 사고 현장에서 집단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이태원 참사 후 여러 온라인 게시판에 “CPR을 하다가 갈비뼈를 부러뜨리면 어떡하나”와 같은 문의가 올라온다. 하지만 응급행위 중 발생한 상해나 재산 손실에 대해서는 이미 민·형사상 면책 규정이 마련돼있다. 2008년 7월 여야 합의로 한차례 응급의료법을 개정한 결과다.

3일 오후 광주 북구 빛고을국민안전체험관에서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습하고 있다.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연합뉴스


의인이나 의사자를 구제하기 위한 입법 필요성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검찰이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 중 숨진 잠수사 이광욱씨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현장 최고참이던 또 다른 민간잠수사 공우영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야는 2020년 6월 무리한 수중 수색 활동으로 건강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민간 잠수사들을 위한 ‘김관홍법’(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특별법)을 발의 4년여 만에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피해 보상금 지급 대상에 구조·수습활동으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 민간잠수사를 추가하는 내용이었다.

20대 국회에서 구조 참여자에게 조건 없이 의료급여를 즉시 지급하는 내용의 형법개정안이 발의된 적도 있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의인들에 대한 지원은 본질적으로 민간이 아닌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법안을 냈다. 다만 ‘구조 불이행죄’를 도입하자는 다른 내용이 논란이 돼 더 이상의 진전 없이 법안이 폐기됐다. 당시 법안을 반대한 쪽에서는 “응급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은 것만으로 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 건 지나치고, 개인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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