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와 갱도물로 221시간 버텼다…봉화 구조자들 상태는

김경희, 이세영 2022. 11. 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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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11시께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한 가운데 5일 새벽 안동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작업자 두 명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지난 9일간 먹은 건 고립 당시 갖고 있던 커피 믹스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뿐이었다.

안동병원 응급의학과 나현 과장은 5일 이들에 대한 1차 검사 후 브리핑을 열고 “구조된 두 분 모두 열흘 정도 못 드시고 굶으신 것에 비하면 상태가 양호하고 생체 징후도 안정적이다”고 진단했다.

5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10일째 고립됐다가 구조된 보조 작업자 박모(56)씨가 병원에서 시력 보호를 위해 붕대를 감은 채 치료받고 있다. 사진 보조 작업자 박씨 가족, 연합뉴스

나 과장은 “피 검사에서도 탈수가 많이 됐거나 염증이 생긴 건 안 보인다. 단지 딱딱한 공간에 장시간 누워 계셔서 근육 효소 수치가 조금 올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미하게 혈액 검사 수치가 오른 상태지만 수액 치료를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당장 수술을 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지금 상태로는 중환자실로 가실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나 과장은 “외상은 전혀 없었고 대화도 잘하시고 물을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며 “그래도 다행인 게 좁은 공간 정도는 확보가 됐고 매일 물을 조금씩 드실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의학적으로 저체온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보긴 힘들고 체온은 34~35도 정도”라며 “생리 식염수나 따뜻하게 담요로 몸을 덮어주는 정도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은 주무셨고 겉보기에 체중이 줄어 보이지는 않았다”며 “생각보다 상태가 매우 괜찮은 것 같아 처치하고 치료를 잘해서 건강한 상태로 집에 돌아가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봉화군 재산면 길산리 한 아연 채굴 광산 제1 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고로 조장 박씨(62)와 보조작업자 박씨(56)가 제1 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가 9일 만에 구조됐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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