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와 갱도물로 221시간 버텼다…봉화 구조자들 상태는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작업자 두 명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지난 9일간 먹은 건 고립 당시 갖고 있던 커피 믹스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뿐이었다.
안동병원 응급의학과 나현 과장은 5일 이들에 대한 1차 검사 후 브리핑을 열고 “구조된 두 분 모두 열흘 정도 못 드시고 굶으신 것에 비하면 상태가 양호하고 생체 징후도 안정적이다”고 진단했다.
나 과장은 “피 검사에서도 탈수가 많이 됐거나 염증이 생긴 건 안 보인다. 단지 딱딱한 공간에 장시간 누워 계셔서 근육 효소 수치가 조금 올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미하게 혈액 검사 수치가 오른 상태지만 수액 치료를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당장 수술을 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지금 상태로는 중환자실로 가실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나 과장은 “외상은 전혀 없었고 대화도 잘하시고 물을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며 “그래도 다행인 게 좁은 공간 정도는 확보가 됐고 매일 물을 조금씩 드실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의학적으로 저체온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보긴 힘들고 체온은 34~35도 정도”라며 “생리 식염수나 따뜻하게 담요로 몸을 덮어주는 정도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은 주무셨고 겉보기에 체중이 줄어 보이지는 않았다”며 “생각보다 상태가 매우 괜찮은 것 같아 처치하고 치료를 잘해서 건강한 상태로 집에 돌아가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봉화군 재산면 길산리 한 아연 채굴 광산 제1 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고로 조장 박씨(62)와 보조작업자 박씨(56)가 제1 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가 9일 만에 구조됐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신이여 성행위를 하소서’ 신성한 신전, 박수받은 매춘 | 중앙일보
- '음주운전' 김새론 충격 근황…"생활고로 카페 아르바이트" | 중앙일보
- "손흥민 안와골절 수술 성공적"...월드컵 출전 희망이 보인다 | 중앙일보
- 월소득 200만원 직장인, 국민연금 30년 부으면 매달 받을 금액 | 중앙일보
- 옥주현, 이태원 참사로 동료 잃어 “정말 좋아했어…기도 부탁” | 중앙일보
- 샴고양이 22마리 두고 이사간 40대…버린 이유 물으니 이런말 | 중앙일보
- 숨진 아들에 인공호흡한 이지한 엄마 "경찰이 신고 무시" 오열 | 중앙일보
- "커피믹스 밥처럼 먹으며 버텨…발파 소리에 희망 놓지 않았다" | 중앙일보
- "한국계 추정 34세 전직 美장교, 우크라 전쟁서 전투중 숨져" | 중앙일보
- 깜깜한 이태원서 홀로 불켰다…뚜레쥬르가 문 연 속깊은 사연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