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의 酒저리]조재구 대강양조장 대표 "백년 가업 계승에 자부심…전통주 6차 산업화에도 기여할 것"

구은모 2022. 11.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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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충북 단양 '대강양조장'②
2013년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 1호 선정
옛 양조도구 등 양조장 역사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 운영
술 빚기 등 체험프로그램…이달 해외 관광객 유치하며 재개
조재구 대강양조장 대표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대강양조장은 역사와 문화가 있는 백 년 술도가입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이어온 전통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재구 대강양조장 대표는 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백 년 이상 이어온 가업을 잇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가족들로부터 물려받은 양조장과 술맛을 잘 지키고 계승해나가는 것은 물론 우리 전통주의 6차 산업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강양조장은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유통공사의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1호로 지정된 양조장이다. 양조장의 환경개선, 품질관리, 체험 프로그램 개선, 홍보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체험관광이 결합된 지역 명소로 육성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지자체의 심사를 거쳐 추천된 양조장을 대상으로 양조장의 역사성,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관광 요소, 경영자의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상 양조장을 선정한다. 2013년부터 매년 4개 양조장을 새로 선정해 올해까지 누적 50개 양조장이 선정됐다.

조 대표는 “당시 공모사업에 여러 양조장이 신청했는데, 요건에 맞고 기준에 적합한 곳으로 우리 양조장과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 두 곳만이 최종 선정됐다”며 “찾아가는 양조장 1호라는 상징성을 획득하는 데 4대에 걸쳐 100년이라는 긴 역사성을 갖고 있는 양조장이란 점이 선정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고 조 대표는 담당자들과 함께 일본 사케 양조장 탐방을 하며 하나의 결심을 한다. 그는 “도쿄, 오사카, 교토 등의 오래된 양조장 열 곳 정도를 둘러봤는데, 그중에 교토의 유명 사케 브랜드 ‘월계관(겟케이칸)’ 양조장에서 자신들만의 박물관을 운영하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우리나라는 왜 양조장에 이런 박물관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내가 한번 만들어보자는데 생각이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결심을 실행으로 옮겨 양조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을 만들었다. 박물관에는 1920년대 제작돼 6·25전쟁을 거치며 총알 자국까지 선명한 금고부터 1930년대 사용했던 책상과 현미경, 1970년대 제작된 밀주 방지 홍보 영상, 1980년대 생산된 막걸리용 유리병과 막걸리 홍보 포스터 등 대강양조장뿐 아니라 지난 100여년간 우리 막걸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옛 물건들이 가득하다.

대강양조장 내 박물관에 옛 양조도구 등 양조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물건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아버지인 3대 장인 조국환 씨가 없었다면 실현될 수 없는 일이었다. 조 대표는 아버지를 "물건 버리는 걸 싫어하셔서 전부 창고에 모아두시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왜 저런 물건까지 버리지 않고 다 모아두나 싶었지만, 덕분에 지금 같이 양조장 역사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 수 있었다”며 “지금 돌아보면 놀라운 혜안이 있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박물관과 함께 쌀과 물, 누룩을 사용해 술 빚기, 전통 도구를 이용해 술 짜기 등을 경험해볼 수 있는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지난 2년간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지만 최근 다시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외국의 전통주를 직접 빚어보고 마셔볼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았다”며 “이달 들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폴란드와 캐나다 단체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등 다시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시도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뷰티 스타트업 ‘코스메쉐프’와 손잡고 세안고체팩 ‘백당고’를 출시했다. 조 대표는 “술을 10분 이상 거르다 보면 손이 부드러워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 점에 착안해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술을 빚고 나서 나오는 찌꺼기인 지게미를 버리지 않고 가공해 제품의 재료로 삼는 것인데, 기존 거름 등으로 사용하던 지게미의 활용도를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양조장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백당고는 소백산 지하 400m에서 나오는 천연암반수와 누룩을 핵심 재료로 삼고, 대강양조장의 막걸리 농축 지게미와 막걸리 원액 추출물 등이 들어간다. 그는 “앞으로도 다른 업종과의 좋은 협업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강양조장은 여전히 80~90년된 항아리를 막걸리 양조에 사용하고 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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