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버스]만추(晩秋), 가을의 끝자락을 거닐며 갖는 치유의 시간
아침 출근길이 제법 서늘한 요즘, 오가며 바라보는 풍경 속에 어느덧 가을이 절정임을 실감하게 된다. 오색 찬란하게 물든 산천과 함께 한창 축제와 문화 행사들이 넘치는 시기이지만, 코로나 사태에 이어 이태원 참사라는 국민적 재난으로 인해 대부분 취소됐다. 힘든 소식들이 이어지는 가을 날 독자들을 위해 붉게 물든 자연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는 서울의 만추(晩秋) 풍경을 모았다.
하늘공원 뒤편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길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가을 색으로 변신을 마친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곧게 뻗어있는 모습은 담양 못지않게 운치가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도 좋다. 뜨거운 햇볕도, 세찬 바람도 없는 이맘때에는 고요하게 사색하며 걷는 산책길이 제격이다.
궁궐에도 가을이 절정을 이뤘다. 월대복원공사가 한창인 덕수궁 입구에는 노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은행나무가 잎사귀를 소복이 떨궈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화문 앞에는 돌담길을 배경 삼아 울긋불긋하게 물든 나무들이 시민들의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함녕전과 덕흥전 창틀에서 바라본 단풍도 화폭에 담긴 그림처럼 제 빛깔을 뽐냈다.
남산도 붉게 물들었다. 가을 산책에 나선 시민들은 남산 성곽길을 따라 오르며 온 산을 물들인 단풍과 어우러진 탁 트인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갑갑한 마음을 털어냈다. 전망대 인근에서는 절정을 이룬 단풍나무가 불타오르는 듯 붉게 물들어 하얀 전망대와 대조를 이뤘다.
남산이 붉다면 서울 숲은 노랗다. 샛노랗게 변한 은행나무가 군락을 이룬 광장에는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SNS 사진 명소이기도 한 은행나무 숲에서는 벤치에 앉아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사색하는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진한 색으로 물들어 떨어지는 은행잎을 보고 있자면 저물어가는 계절의 시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저마다의 빛깔로 수놓은 단풍 터널들도 가을 정취를 더했다.
서울시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를 도심 외곽지역인 북한산 일대는 지난달 30일경, 도심지역은 11월 초순으로 전망했다.
입동(7일)을 앞두고 절정을 맞은 가을을 만끽할 기회는 이번 주말이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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