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北과 대화 모색”…안보리 회의 성명 채택 없이 종료

천금주 2022. 11. 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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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같은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공개회의를 열고 북한 도발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엇갈린 입장만 확인했다. 결국 안보리는 이날 성명 채택이나 추가 제대에 대한 공개 논의 없이 끝났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 벌어지는 북한 정권의 계속된 도발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는 한반도와 역내에 더 많은 불안과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그것은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것이며, 우리는 바로 그 이유로 이런 도발을 규탄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계속된 도발이 힘의 과시인지 일종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분수령)인지에 대한 질문에 “김정은이 실시간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우리는 이런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그래서 김정은과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지속해서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모색할 것이지만, 북한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한반도 안보환경에 도발하는 방식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기에 우리는 방어 능력과 준비태세를 확실히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과 관련해서도 방어 능력을 보여주고 증진하기 위해 일정을 연장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커비 조정관은 “이 이슈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길 원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그에 관심을 둔다는 징후가 없기에 우리는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군사적 능력을 갖추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상징적인 구호로 즉각 전투대비태세를 뜻하는 ‘파잇 투나잇’을 거론하면서 “우린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미일 3국이 군사훈련을 한 사실을 거론하며 “앞으로도 필요하면 그러한 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재건에 참여하기 위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려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관련 정복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은밀히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으며 그 포탄이 언제 수령될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징후를 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유엔 사무총장 "北 도발 중단하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같은날 개인 성명을 내고 북한의 계속된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낸 성명에서 “어떠한 추가 도발 행위도 즉각 멈출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지난 이틀간의 다양한 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은 관련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들에 따른 국제 의무를 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을 깊이 우려하며, 대립적인 수사(레토릭)가 늘어나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북한에 대화 재개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면서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 달성을 위해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유엔 정례브리핑에서 뒤자리크 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접촉했느냐는 물음에 “내가 알기로는 아니다”면서 “대화 요청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안보리에서 북한을 겨냥한 단합된 메시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서 北 도발 논의…성명 채택 없이 엇갈린 입장

이 같은 성명 발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공개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이사국들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비판했다. 비이사국인 한국과 일본도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초청돼 서방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는 북한 측 주장을 반복하며 미국을 겨냥했다.

맨 처음 발언자로 나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국은 지난달 27일 이후 북한의 최근 13차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3일 북한의 ICBM 발사가 올해 들어 7번째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올해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총 59발이라는 사실을 두 차례나 강조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책임있는 국가의 행동이 아니다”며 “일부러 긴장을 높이고 이웃 나라들에 두려움을 일으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와 규탄 성명 채택을 막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서는 “2개 나라가 안보리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 무기를 팔았다고 해서 북한이 미국에 대한 완충지역 역할을 한다고 해서 안보리의 책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외교적 해법에 전념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 행위를 포기하고 외교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대사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지출한 수백만 달러는 북한 전체 주민을 4주간 먹여 살릴 돈”이라며 한국, 미국과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다른 서방국들도 북한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한국 영해 근처에 떨어진 일에 대해서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맞서 장쥔 중국대사는 “북한의 최근 발사 행위는 미국 등 관련국들의 말과 행동과 직접 관련돼 있다”면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재개와 미국의 한반도 주변 전략무기 배치 등을 그 이유로 거론했다.

장 대사는 “미국 등은 군사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국방력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며 “우리는 미국에 일방적인 긴장과 대립 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북한의 적법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대응해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며 “안보리는 무조건 (대북) 압박을 강조하기보다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한반도 긴장 고조를 가리켜 “그 이유는 명백하다.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활용해 북한에 일방적인 군축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최근 진행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등을 예시했다.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는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 미국의 억지수단을 배치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평양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북한 주변에서 벌인 근시안적인 대립적 군사 행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 채택이나 추가 제재에 관한 공개 논의 없이 종료됐다. 대신 서방 국가들은 안보리 회의장 밖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의 자체 장외성명을 낭독했다. 한편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앞둔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ICBM을 비롯한 미사일 수십 발을 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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