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페스티벌' 지웠다…이커머스도 '조용한 11월'
이태원 참사 이후 유통 업계가 애도를 이어가며 ‘조용한 11월’을 보내고 있다.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했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축제’ 등 단어를 지우고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11번가는 ‘십일절 페스티벌’의 이름을 ‘그랜드 십일절’로 바꾸고 차분하게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십일절 페스티벌은 11번가가 매년 11월 1~11일 연중 최대 규모로 진행하는 할인 행사이지만, 올해는 페스티벌(축제) 대신 애도에 동참하기로 했다.
유통 업계, 조용한 할인 행사
쿠팡·G마켓·옥션·티몬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통상 11월은 ‘쇼핑 대전’으로 불릴 만큼 각 업체가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기간이지만, 올해는 축제 분위기를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픈마켓 특성상 중소 협력사와 판매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준비했던 할인은 진행하되, 마케팅과 홍보는 줄이는 분위기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셀러(판매자)들이 몇 개월 동안 물량을 준비하고 다양한 판매 전략을 세워 놓은 상황이라 행사 자체를 취소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신 마케팅을 최소화하며 국가 애도 기간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G마켓·옥션은 기존에 기획했던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평소 기획전처럼 할인을 진행 중이다. 쿠팡은 다가오는 중국 광군제(11월 11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 25일)와 관련해 축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티몬도 오는 11일까지 계획된 ‘몬스터절’ 할인 행사를 최대한 조용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신세계도 이달 진행하기로 했던 ‘쓱(SSG)데이’ 행사를 취소했다. 롯데도 유통군 8개 회사가 여는 통합 할인 행사인 ‘롯키데이’를 대폭 축소했다.
유통 업계는 이태원 참사 후 추모 분위기에 따른 조용한 할인 행사가 연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통상 11월에 대규모 행사를 시작해 연말 선물 시즌까지 열기를 이어가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며 “당분간 업계도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도 중단
백화점들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중단됐다. 롯데백화점은 당초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의 크리스마스 테마 인테리어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연말 맞이 ‘미디어 파사드’ 공개도 계획보다 미뤄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활용해 선보이던 ‘라이트닝 쇼’를 잠정 중단했다. 무역센터점과 압구정본점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운영을 중단했다. 매장의 배경 음악 또한 캐럴 등 경쾌한 음악에서 잔잔한 음악으로 변경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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