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과 커피믹스로 221시간 버틴 봉화 매몰사고 광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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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9일 만에 기적처럼 생환한 작업자 2명이 지하 190m 갱도에서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디고 커피믹스로 배고픔을 달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오후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 광산 갱도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이들 2명이 고립됐다.
당시 또 다른 작업자 2명은 지하 30m 지점에서 작업 중 이상 징후를 느껴 탈출했고 3명은 갱도에 갇혔지만 업체의 자체 구조로 당일 오후 11시쯤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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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9일 만에 기적처럼 생환한 작업자 2명이 지하 190m 갱도에서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디고 커피믹스로 배고픔을 달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1시3분 선산부(조장) 박모(62)씨와 후산부(보조작업자) 박모(56)씨가 갱도 밖으로 걸어 나왔다. 119소방당국은 두 광부를 아동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5일 구조된 작업자들을 치료 중인 경북 안동병원 응급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며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위에서)떨어지는 물을 드시면서 버텼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저희하고 대화를 나누실 만큼 건강 상태는 괜찮았다”며 “갱도 안에서 발파하는 소리가 다 들렸다고 했다. 이런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고 또 안 들리면 실망하기도 했지만 두 분이 서로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렇게 구조하는데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도 하셨다”며 “가족분들 누구누구 왔다고 하니 굉장히 기뻐하시고 한편으로는 미안해하시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구조된 작업자들의 분투는 극적으로 상봉한 가족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보조작업자의 조카는 안동병원 앞에서 “삼촌이 저희가 예상한 지점이 아닌 사고 발생 당시 작업장 근처에서 다른 갱도로 탈출할 수 있는지 수일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며 “커피믹스를 조금씩 물에 타 한 모금씩 나눠 마시면서 버텼고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식수로 썼다”고 전했다.
조장의 아들도 기자들에게 “아버지께서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지나니까 배고픈 것도 잊고 계셨다고 했다”며 “같이 가셨던 분이 경험이 없다 보니 그분을 격려하며 버텼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 광산 갱도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이들 2명이 고립됐다. 이들은 사고 발생 때 작업하던 제1수갱 3편 작업장 인근에만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장 박씨는 구조를 기다리며 주변에 있는 비닐과 마른 나무를 챙긴 뒤 안전한 곳으로 가 천막을 치거나 모닥불을 피우고 지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조장 박씨는 가족들에게 “고립 후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발파 소리가 한 5번 정도 들려서 어딘가는 뚫리겠구나 생각했다”며 “갱도 안에서는 시간 개념이 없어 가족들을 만난 뒤 3일 밖에 안 지났는데 왜 이렇게 많이 왔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매몰사고는 제1수갱(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 갱도에 뻘(샌드) 900여t(업체측 추산)이 쏟아지면서 수직 갱도를 막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작업자 2명은 지하 170~190m 제1 수직갱도에 갇혀 연락이 끊겼다.
당시 또 다른 작업자 2명은 지하 30m 지점에서 작업 중 이상 징후를 느껴 탈출했고 3명은 갱도에 갇혔지만 업체의 자체 구조로 당일 오후 11시쯤 빠져나왔다. 업체는 매몰된 2명도 자체 구조하려다 실패하자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27일 오전 8시34분 소방서에 신고했다. 고립된 2명은 지하 190m의 어둡고 추운 공간에 갇힌 이들은 고립된지 만 9일, 시간으로는 221시간 만에 스스로 걸어나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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