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보다 큰 소·말도 사냥…제주 중간산 들개 2000마리 공포 [e즐펀한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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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울려 퍼진 들개의 울부짖음
천적 없어…포획틀 등 이용해 잡아야
포획틀은 주민 요구로 설치됐다. 주민들은 들개가 나타나 마을을 배회하자 두려움에 떨었다. 제주도에 들개 천적은 없다. 인간을 제외하고 제주 자연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잡아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이날 이곳 포획틀 안에 들개 4마리가 잡혔다.
경계심 강하고 야생성 강해
구조팀장은 자동차를 타고 다가가 마취총을 쐈다. 마취총은 원형 파이프에 블로우건 주사기를 넣고 입 또는 압축공기를 이용해 발사하는 장비(블로우건)를 쓴다. 마취총을 맞은 들개는 300~400m 정도를 달아나다 결국 쓰러졌다. 쓰러졌지만 마취가 완전히 되지 않았는지 심하게 몸부림을 쳤다. 구조팀원 정아름(29·제주시)씨는 “야생에서 오래 살아남은 들개는 경계심이 크고 의심이 많아 먹이가 있어도 틀 안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며 “특히 성체는 송아지나 망아지까지 사냥할 정도로 크고, 야생성이 살아있어 부득이 마취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아지·망아지까지 사냥”
문제는 이런 들개끼리 번식을 한 다음 무리를 이룬다는 점이다. 보통 3~5마리씩 무리생활을 하며 가축 사냥에 나선다. 구조팀에 따르면 자신보다 몸집이 3~4배 큰 소나 말까지 공격을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성체보다 작은 송아지나 망아지 등은 이들에게 사냥감이 된다. 더 작은 염소나 닭 등은 손쉬운 먹잇감이다.
번식 늘어나며, 가축피해 키워
제주시는 들개 번식이 왕성해지면서 공격성까지 강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류에 집중됐던 가축 피해가 소·말 등 대형 가축까지 범위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2019년에는 닭 483마리와 기러기(청둥오리) 50마리 등 작은 조류 피해뿐이었다. 하지만 2020년 들어 닭(143마리) 외에 송아지 5마리와 한우 4마리, 망아지 1마리 등 대형 동물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닭(542마리)‧토끼(21마리) 외에 한우 2마리와 염소 6마리 등 비교적 몸집이 큰 가축들이 들개 공격을 받았다는 신고가 늘었다. 다행히 아직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36마리 포획…발생 줄일 동물 등록 강화
제주시 관계자는 “한해 두 번 번식이 가능하고, 점차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들개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들개 출몰신고가 잦은 마을‧목장 주변에 포획틀 30개를 설치해 집중 포획에 나서고, 유기견 방지를 위해 동물 등록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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