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때리는 유승민이 부럽다"…'소신발언'에 속내 복잡한 野

김효성 2022. 11. 5.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윤(비윤석열)계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부러움의 목소리가 적잖게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SNS 자제령’을 내린 사이 유 전 의원이 연일 정부 대처를 꼬집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민주당 의원 169명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채팅방에는 일부 의원들이 “왜 유 전 의원처럼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올곧은 소리를 못하냐”는 글이 올라왔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해야 할 일들을 유 전 의원이 대신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했다.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직후 민주당 지도부가 역풍 가능성을 우려해 정부를 겨냥하는 글을 삼가달라고 요청하자 불만이 일제히 터져 나온 셈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쓴 글. 페이스북 캡처


익명을 원한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잘못한 것은 꼬집어야 한다’는 의원들 분위기가 점차 차오르고 있다”며 “친윤석열계와는 결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여당 소속인데도 바른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 전 의원에 대한 의원들의 부러움도 적잖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참사 이틀째인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며칠 애도와 수습만 하고 지나가면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도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외신 기자회견에서 농담을 던져 구설에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도 저격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일 “저런 사람이 총리라니, 이 나라가 똑바로 갈 수 있겠나.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한 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실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 유 전 의원이 시의적절하게 꼬집은 셈”이라고 말했다.

대선 기간이던 지난 2월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오른쪽)과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유승민 전 의원(왼쪽)이 함께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런 긍정적 반응에는 평소 유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 인사들의 호의적 시각도 섞여있다. 그가 줄곧 바른말을 하면서 ‘여당 속 야당’ 역할을 자처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시절인 2015년 유 전 의원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행정입법 견제법(국회법 개정안)을 묶어 추진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일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시각이 야당 내에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유 전 의원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도·합리 성향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의 경제전문가인 그가 민주당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가 당선된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에도 당내에서는 “만약 유 전 의원이 본선에 나왔다면 김 지사가 고배를 마셨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2017년 3월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왼쪽)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비윤계로 분류되는 유 전 의원이 대표에 등극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면 민주당에 실제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원한 비명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만약 국민의힘 전면에 서면 사법리스크를 겪는 이재명 대표와 비교되면서 국민의힘이 중도층 지지를 끌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이 대표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차기 주자가 없는 민주당 고민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강성인 이 대표 대신 중도층을 끌어올 주자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유 전 의원만한 인사도 민주당엔 없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