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왕'의 부활…'부패' 네타냐후, 극우 업고 돌아온 이유 [후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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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의 왕 비비(Bibi)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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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 절치부심...매일 밤 '비비버스' 연설
장장 15년(1996~99년, 2009~2021년) 넘게 권좌에 있었던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의 복귀에 세계 지도자들도 앞다퉈 축하를 전하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비비(네타냐후의 애칭) 왕의 몰락'을 떠벌리던 이들은 경솔했다. 네타냐후의 지칠 줄 모르는 근성을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의 여전한 인기는 여론조사로도 입증됐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밤낮으로 뛰었다. 매일 밤 개조된 트럭을 탄 채 대중 연설에 나서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 차량은 '비비버스'라고 불리며 시민 수백 명의 발길을 잡았다.
해가 뜨면 자신의 자서전이 있는 서점으로 향해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또 이전까지 정치적으로 거리를 뒀던 극우 정당 연합 '독실한 시오니즘 당'과도 대중적 인기를 고려해 손을 잡았다.
오래 선택받는 이유는
네타냐후가 이토록 이스라엘 국민의 오랜 지지를 받는 데는 뿌리 깊은 안보 의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오랜 분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란과도 적대적이다.
특공대 대장이던 네타냐후의 친형 요나탄은 1976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된 여객기 구출 작전 당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요나탄의 희생으로 인질 100여 명 대부분이 구출돼 그는 이스라엘의 영웅이 됐다. 네타냐후 자신도 특공대 복무를 했으며, 형의 사망을 계기로 테러리즘 연구에 몰두해 관련 책을 여러 권 내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네타냐후는 1982년 주미 이스라엘 부대사로 정계에 입문해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리쿠드당 대표로서 1996년 46세에 총리가 됐다. 이스라엘 역대 최연소 총리이자, 이스라엘 영토(텔아비브)에서 태어난 첫 총리였다.
그는 집권 내내 반아랍·반팔레스타인 정책을 펼쳤다. 그는 이스라엘 인구 930만 명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국민과 정당 지도자를 '테러 지지세력' '유대의 적'으로 칭했다. 2018년엔 이스라엘을 유대인만의 조국으로 규정하는 '유대민족국가법'을 만들어 "아랍계를 2등 시민화했다"는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네타냐후는 또 2015년 미국 주도의 이란 핵협상을 공개 비판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반면 중동평화구상(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을 제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가깝게 지냈다.
안보 이슈가 휩쓴 총선...스캔들 지워
도이체벨레(DW) 등 외신은 이번 총선에서 이스라엘 국민들은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텔아비브와 요르단강 서안 등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총기를 난사해 이스라엘 민간인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스라엘 내에선 안보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올 들어 서안 등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180건으로 지난해(61건)의 3배에 가깝다. 또 이스라엘 내에선 이란의 핵무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란 인식이 선거 결과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그의 재임 시절 대표적인 업적으론 '아이언돔(Iron Dome)'과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꼽히다. 그가 2011년 도입한 미사일 방어시스템 아이언돔은 지난해 5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 90% 이상을 요격해 위력을 증명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선 모사드 등 국가 기관을 총동원하고,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최고경영자)에 서른 차례나 전화해 백신을 빨리 들여왔다. 불라 CEO가 "네타냐후 총리의 집요함에 감명받았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논란이 많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2019년 이스라엘 역사상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돼 현재까지도 재판을 받고 있다. 언론사에 자신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내달라고 요구한 뒤 그 대가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와 해외 사업가들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로 받고 혜택을 줬다는 혐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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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걱정하는 '킹 메이커'
외신은 네타냐후에게 복귀의 길을 열어준 '킹 메이커'로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46)를 꼽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그가 이끈 '독실한 시오니즘 당'은 지난해 6석의 두 배 이상인 14석을 차지해 일약 원내 3당에 올랐다. 벤그비르는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옹호하고, 이스라엘 내 아랍계 추방을 주장해왔다.
네타냐후 전 총리도 지난해까진 벤그비르의 입각에 부정적이었으나 이번 총선에서 벤그비르 정당의 선전이 예상되자 그의 입각을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벤그비르는 차기 정부에서 치안 장관과 같은 요직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익 정부"(CNN)란 평가를 받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주변 아랍국가들과의 갈등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파 블록의 총선 승리가 확정된 후 팔레스타인 가지지구에선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을 발사하기도했다.
네타냐후가 대아랍 정책에 대한 조 바이든 미 정부와의 이견으로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시민사회의 모든 이들, 특히 소수집단에 대한 관용과 존중을 포함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공유하길 바란다"는 말로 차기 정부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극심한 정치 분열에 따른 정당 간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이스라엘의 정치 특성을 고려할 때 '네타냐후 정권'의 미래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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