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이 복지제도?...사측 "강제성 없어" 직원 "신청 압박"
오비맥주에 이어 하이트진로가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과거 신청자가 거의 없었던 희망퇴직을 양사가 올해 다시 시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청자 적어도 자꾸 시행하는 까닭은
5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1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위로금으로 15년 차 이상 근속자에게는 통상임금의 34개월 치를, 20년 차 이상 근속자에게는 40개월 치를 준다. 퇴직 후 1년까지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고, 최대 5억원의 창업지원대출을 보장한다.
하이트진로 측은 “조직 리빌딩을 위한 자율적 희망퇴직”이라며 “근속연수가 긴 직원들에게 보상하고, 신규 채용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20년에도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나 신청자는 많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3년 만에 또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년 뒤면 창립 100주년인데 신규 채용 여력을 더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자는 차원”이라며 “3분기 실적도 괜찮았기 때문에 회사 재정 문제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신청자가 없더라도 직원들에게 권고하지도 않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로금 액수가 크기 때문에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던 직원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월 오비맥주도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10년 이상 15년 미만 근속자에게는 24개월, 15년 이상 재직자는 34개월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오비맥주는 2016년부터 이같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2019년과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을 두 번 받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직을 고민하는 직원들을 위해 일종의 복지 제도처럼 만든 것”이라며 “희망퇴직하라고 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줄곧 희망퇴직 신청자는 많지 않아 신청자가 0명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희망퇴직은 회사 필요 때문에 하는 구조조정 방편일 뿐 복지후생일 수 없다”며 “사측은 권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개인 면담을 통해 내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10년 치 고과를 바탕으로 희망퇴직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그게 나가라고 압박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도 사측의 희망퇴직 시행에 대해 동의한 적 없고 수년째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주류업계의 올해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회식과 모임이 줄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던 주류업계는 올해 초 가격 인상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물류비 상승에 실적 개선 폭이 기대보다는 저조하다는 시각이 있다. 이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나마 실적을 일부 회복했을 때 장기적인 인건비 발생 요인을 줄이려 한다는 해석이다.
노무사 “희망퇴직 이야기하다 부당 전보 등은 문제”
사실 그간 희망퇴직은 금융권에서 활발했다. 금융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과 부동산 ‘패닉 바잉’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자 조직을 젊게 쇄신하겠다며 좋은 희망퇴직 조건을 내걸었다. 금융서비스의 비대면화와 그에 따른 오프라인 영업점 폐쇄도 희망퇴직을 부추겼다.
한편 사측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개인 면담 등을 통해 직원들을 압박하는 문제와 관련, 박진엽 노무사(노무법인 도원)는 “회사가 희망퇴직과 관련해 개인 면담을 시행하는 것 자체는 법률상 문제가 되진 않는다”면서도 “그 제도를 악용해 희망퇴직 대상자를 정해 놓고 압박을 하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당한 전보를 하거나 괴롭힐 경우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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