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피해, 누가 배상해야 할까… ‘돈 문제’ 전면에

박상은 2022. 11. 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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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개막 COP27 주요 의제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를 앞둔 지난달 24일 이집트 도시 샤름 엘 셰이크 차도변에 관련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6년 만에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에선 그간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과 기후변화 위험에 노출된 개발도상국 간의 금전 지원이 주된 논쟁거리로 대두될 전망이다. COP27은 6일 막을 올려 오는 18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기후 재앙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국토의 3분의 1이 빗물에 잠긴 파키스탄을 비롯해 올해 지구촌 곳곳이 최악의 폭염, 폭우, 가뭄, 산불로 씨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기후변화가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구온난화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극한기후가 점점 더 자주, 더 강력한 형태로 발생할 거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미래다.

국제사회는 가속화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지구를 위한 회의’를 연다.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다. COP는 팬데믹이 선포된 2020년을 제외하고 1995년부터 매년 개최됐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총회가 열리는 건 6년 만이다. 개발도상국인 이집트가 의장국인 만큼 이번 총회에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돈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선진국이 기후변화 위험에 노출된 국가에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개도국 측의 주장이다. 수십년간 논쟁거리였던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배상’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선진국, 개도국 지원해야”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COP26은 합의문에 ‘저감장치가 미비한 석탄화력발전과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명시하는 등 일부 성과를 냈다. 다만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COP27에서 이를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2015년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내년부터 5년 단위로 온실가스 감축 이행 경과와 목표 달성 가능성을 평가하는 ‘전지구적 이행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의장국인 이집트가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과 함께 부각하고 있는 의제는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과 이를 위한 개발도상국 재정 지원이다. 기후변화 적응이란 이미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진국은 지난해 COP26에서 개도국에 대한 기후변화 적응 분야 지원을 2025년까지 최소 2배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조성해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은 상황이라 개도국의 불신은 커질 대로 커져 있다. 20개 개도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V20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이 기후 취약국을 위한 기금 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발표하며, 선진국이 1000억 달러의 기후 기금을 지원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1 적응 격차 보고서’를 보면 개도국의 기후 적응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2030년까지 연간 1400억~3000억 달러, 2050년까지 연간 2800억~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제사회가 개도국에 지원한 기후 적응 금액은 2019년 기준 796억 달러에 그쳤다.

‘손실·피해’ 핵심 의제로

기후 적응을 위한 지원과 별개로 개도국들은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배상하기 위한 국제적인 재정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초래된 인명 피해나 해수면 상승 등에 대한 배상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실과 피해’는 2007년 COP13에서 처음 언급됐다. COP26에서도 개도국들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반대로 글래스고 기후협약에는 ‘손실 및 피해’ 관련 기금 문제가 제외됐다. 이집트의 COP27 특사인 와엘 아불마그드는 지난 9월 “기후 재앙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경험한 나라들에 대해 어떤 보상을 할지를 총회의 우선적 의제로 설정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변수는 급변한 국제정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식량 안보가 정치적 어젠다가 되면서 COP27은 지난해에 비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의장국이었던 영국은 환경론자인 찰스 3세 국왕이 COP27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리시 수낵 신임 총리도 불참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수낵 총리는 지난 2일 COP27에 참석하겠다고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금 같은 탄소배출이 계속되면 20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1.09도 높아진 현재는 50년 만에 한 번 발생하는 극한고온 빈도가 약 4.8배 늘어나고 전 지구 해수면은 1901~2018년 사이 20㎝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공동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며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는 COP27을 준비하는 페터스베르크 기후대화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우리는 책임지기보다는 서로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합의된 기후목표를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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