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지나 현장 찾은 이임재… 도착시간·현장지시 허위 기재

보고서엔 ‘사고 5분 뒤에 통제 명령’
10시 전 식당 떠나… 이후 행적 의문
서장·112당직자 피의자 전환 검토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사고 당일 오후 11시 넘어 관할 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내부 보고서에 기재된 현장 도착 시각보다 45분이 더 흐른 뒤라 부실 대응 비난이 커지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는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관련 자료를 넘겨 받아 이 전 서장 등을 둘러싼 ‘늑장 보고’ 의혹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4일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5분쯤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이는 사고 발생 시각인 10시15분에서 50분이 더 지난 뒤다. 오후 11시쯤은 이미 30여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여서 경찰과 소방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심폐소생술(CPR)을 하던 때였다. 감찰팀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날 이 전 서장을 특수본에 수사의뢰했다. 사고 현장에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찰 내부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과 감찰 과정에서 확인된 이 전 서장의 행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경찰이 작성한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 보고서’는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을 10시20분으로 명시했다.

해당 보고서엔 이 전 서장이 도착 이후 몰려든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 일대 도로에 차량을 통제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함께 기재됐다. 도착 시간이 애초 허위였다면 이 전 서장의 현장 지시도 거짓일 수 있다. 상황 보고서를 경찰이 고의로 잘못 기재한 것이 드러난다면 허위 공문서 작성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대통령실 인근에서 용산서 일부 간부들과 집회 경비를 섰다. 경찰에 따르면 당일 서울 지역에서 개최된 모든 집회는 오후 8시30분쯤 마무리됐다. 이 전 서장은 이후 근처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이태원 일대 상황을 보고받고 오후 10시 전에 식당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각지역과 이태원역은 약 2㎞(도보 30분) 떨어져 있다. 당시 일대 교통이 마비돼 진입에 시간이 지연됐다고 하더라도 사건 발생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나 도착한 것이다. 이 전 서장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처음 전화를 건 시각은 오후 11시34분이다.

특수본은 감찰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이 전 서장의 동선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 뿐 아니라 함께 수사 의뢰된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에 대해서도 피의자 전환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사고 당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서 당직 근무 도중 자리를 비운 류 과장에게 보고를 지연시킨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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