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등산 갔다가 참사 모른채 잠들었다

김판 2022. 11. 5. 04: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밤 11시 충북 제천에서 잠이 들어 보고문자와 전화를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청장이 잠들 무렵 이태원에서는 수십명의 시민들이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로 실려가고 있었다.

참사 관련 첫 신고가 접수되고 45분이 지난 때였지만 윤 청장은 이때까지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다.

잠에서 깬 윤 청장과 첫 통화가 이뤄진 것은 이튿날 0시15분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떠나 제천에…“11시쯤 취침”
상황담당관 연락 두 차례 못 받아
경찰청도 소방청 통해 최초 인지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밤 11시 충북 제천에서 잠이 들어 보고문자와 전화를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청장이 잠들 무렵 이태원에서는 수십명의 시민들이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로 실려가고 있었다. 경찰 보고 체계가 마비돼 대응이 늦어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달 29일 지인들과 등산을 갔다가 제천의 한 캠핑장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은 뒤 오후 11시쯤 잠이 들었다고 한다. 이태원에서는 30여명의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거리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거나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을 때다. 참사 관련 첫 신고가 접수되고 45분이 지난 때였지만 윤 청장은 이때까지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다.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오후 11시32분 사고 관련 문자를 보냈지만 잠이 든 윤 청장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상황담당관은 20분 뒤 전화를 걸었지만 윤 청장은 이 역시 받지 못했다. 잠에서 깬 윤 청장과 첫 통화가 이뤄진 것은 이튿날 0시15분이었다. 윤 청장은 즉각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총력 대응을 지시하고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치안총책임자인 경찰청장 명의의 비상조치 발령은 30일 0시44분쯤 내려졌다. 첫 신고 접수 뒤 약 2시간30분이 흐른 뒤다. 윤 청장이 서울에 오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경찰청 지휘부 회의는 오전 2시30분이 돼서야 열렸다.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보고 체계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지휘 계통과 상황실을 통한 보고 체계가 다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처음 상황을 인지한 경찰청 상황담당관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게 아니라, 소방청 연락을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발생 40여분이 지난 오후 10시56분이었다. 보고 자체가 지연된 것도 문제지만 긴급 상황 전파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초기 피해조차 파악하지 못해 대응이 지연되는 동안 경찰이 통제하지 못한 이태원 일대는 구급차가 제대로 진입하지 못해 곳곳에서 구조마저 지연됐다.

경찰의 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윤 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청장은 지난 1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강도 높은 감찰’을 강조했지만, 윤 청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진 상황이어서 ‘셀프 감찰’과 ‘셀프 수사’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하지만 이날 손제한 특수본 본부장은 “보고 체계 부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진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규명에 무게를 더 두겠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 때 정부가 1조5000억여원을 들여 지난해 구축을 완료한 재난통신망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소방·지자체가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해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참사 당일 기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