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식 기자의 신앙적 생각] 분열의 양상·원인까지 닮은꼴 연합과 일치의 역사 써내려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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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이후 하나가 갈려 두 당이 되고, 둘이 갈려 네 당이 되고, 넷이 또 갈려 여덟 당이 되었다. 이것이 대대로 전해져서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늙어 죽도록 서로 왕래도 하지 않았다. 길사나 흉사가 있으면 수군수군 서로 헐뜯으며 결혼이라도 하면 무리를 지어 공격했다. 심지어 언동과 복색까지 모양을 달리해 길에서 만나도 가려낼 수 있었다."
한국교회 교단도 조선시대의 붕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열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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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이후 하나가 갈려 두 당이 되고, 둘이 갈려 네 당이 되고, 넷이 또 갈려 여덟 당이 되었다. 이것이 대대로 전해져서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늙어 죽도록 서로 왕래도 하지 않았다. 길사나 흉사가 있으면 수군수군 서로 헐뜯으며 결혼이라도 하면 무리를 지어 공격했다. 심지어 언동과 복색까지 모양을 달리해 길에서 만나도 가려낼 수 있었다.”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이익의 ‘성호사설’에 나오는 내용이다. 선조(재위 1567~1608) 대에 나타난 ‘붕당(朋黨)’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붕당은 이념과 이해에 따라 이뤄진 사림의 집단, 또는 정치적 당파를 말한다. 표면적으론 정치 현실에서 자연스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분열’이었다.
붕당의 전개 과정을 보면 당시 언론기관이었던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 삼사(三司)의 인사권을 갖는 ‘이조 전랑(吏曹 銓郞)’직을 놓고 벌어진 최초의 동인과 서인 분열, 이후 남인과 북인으로의 분열, 노론과 소론으로의 분열 등 수많은 분열상이 있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이 같은 역사를 정독한 후 현실에 비춰봤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바로 한국 기독교계이다. 한국교회 교단도 조선시대의 붕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열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계를 대표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성장과 분열이다. 눈부신 성장 과정에서도 교단의 분열이라는 모순적인 특징이 있었다. 주요 사례를 보면 1950년대 4개 교단이었던 장로교단은 지속적으로 분열해 현재 200개가 넘는 교단을 형성하고 있다. 분열의 길목에는 WCC(세계교회협의회) 가입 문제, 에큐메니컬과 복음주의 대립 등이 있었다. 이 같은 분열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되레 확대될 조짐이 엿보인다.
조선시대 붕당과 한국 교계는 비단 분열상만 닮은 것이 아니다. 이를 유발한 속성도 닮았다. 붕당의 경우 권력 투쟁, 자리싸움, 사상의 차이 등 비본질적인 측면에 기인했다. 여기에 정작 중요한 ‘민생’은 똬리를 틀 수 없었다. 교단의 분열도 비본질적인 측면이 우선시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중요한 신학적인 측면보단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과 파벌의식, 당파성, 지연 혹은 학연 등 비신학적인 측면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특히 어떤 교단들은 각자가 선호하는 교단 명칭을 앞에 두냐 뒤에 두냐를 갖고 싸우다 분열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마치 조선 현종(재위 1659∼1674) 대의 당파 간 ‘예송논쟁(禮訟論爭)’을 연상시킬 정도다. 예송논쟁은 선왕인 효종이 죽었을 때 그 어머니인 대비가 상복을 1년 입느냐, 3년 입느냐를 놓고 벌인 불필요한 논쟁이었다.
극단적인 붕당은 조선을 안으로부터 병들게 했다. 일각에선 망국의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 교계도 통합하지 못하고 비신학적인 측면에 기반해 분열을 지속한다면, 그 미래가 상당히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교단 분열의 아픔을 딛고 연합과 일치를 이뤄내는 것이 한국 교계가 당면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가속도를 내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의 교단 통합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예장백석은 1160개 교회와 연합을 이뤘고 앞으로 3~4개 장로교단과의 통합도 예상된다. 이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 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예장백석의 ‘총회 가입 환영감사예배’에서 제기된 것처럼, 무엇보다 각 교단과 목회자들이 ‘우리 모두는 큰 틀의 신앙 공동체 안에 있고 똑같은 천국 백성’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조선시대 붕당 같은 분열의 역사가 아닌 미래를 위한 통합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한국 교계를 소망해본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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